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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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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 (6)

입력 2009-07-06 02:57수정 2009-09-2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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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동 영역의 평가 목표에 기초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문항의 정확한 행동 목표를 이해하는 태도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습의 기본이다. 무턱대고 문제만 푸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문항의 본질을 정확히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에서는 ‘사실적 사고’에 이어 ‘추론적 사고’를 검토하는 일환으로 문학 영역에서 추론적 사고를 공부한다.》

문학 영역 ‘작가-등장인물은 왜 이런…’ 표현-발화의도를 읽어내자

문학 제재는 ‘표현 의도의 추론’, ‘발화의 의도 파악’, ‘글쓴이의 표현 방법 추론’이 추론적 사고의 대표적인 영역이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론하는 능력은 독자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경험이나 사유 면에서 다른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독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은 문학 영역의 기본적인 평가 목표다. 이 능력과 관련하여 내용, 과정, 구조의 추론이라는 세 측면을 설정하는 방식은 비문학 제재와 같다.

문학 제재에서 추론적 사고는 가장 재미있는 문항이다. 희곡이라면 ‘무대 위에서의 상연 상황’을, 시나리오라면 ‘스크린 위에서의 연출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기행문이라면 여행의 한 일정과 순간을 추리하는 내용이 해당한다.

다음 문항은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예다. 6월 4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문항으로 상당수 수험생이 오답을 택했다.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할 내용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분석적으로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국민 기본공통 교육과정 10학년(고1)에서 공통으로 학습한 내용을 전제로 약간의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제여서 오답률이 꽤 높았다. 또 2010학년도 언어영역 출제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문제 풀이의 기술자가 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착실하게 이해하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여담이지만 이 지문에서 그동안 고전문을 현대어로 풀어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어(古語)를 그대로 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고1에서 공통으로 학습한 ‘관동별곡(關東別曲)’은 고어로, 교과서 외 작품으로 생소한 안민영의 시조 ‘금강 일만 이천 봉이∼’는 현대어로 준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을 측정하는 요소가 바로 문학 영역에서 추론적 사고이다. 고전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고전 지문을 활용해 문학 영역에서 추론적 사고 문제를 풀어보자.

<예문> 2004학년도 대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56∼60번 지문

『(중략) 하루는 놀보가 흥보를 불러 “흥보야 네 듣거라. 사람이라 하는 것이 믿는 데가 있으면 아무 일도 안 된다. 너도 나이 장성하여 계집자식이 있는 몸이 사람 생애 어려운 줄은 조금도 모르고서 나 하나만 바라보고 유의유식(遊衣遊食)*하는 거동을 보기 싫어 못하겠다. 부모의 세간살이 아무리 많아도 장손의 차지인데 하물며 이 세간은 나 혼자 장만했으니 네게는 부당(不當)이라. 네 처자를 데리고서 속거천리(速去千里) 떠나거라.(중략)”

가련한 흥보 신세 지성으로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 전에 비나이다. 형제는 일신이라 한 조각을 베면 둘 다 병신 될 것이니 외어기모(外禦其侮)*를 어이 하리. 동생 신세 고사하고 젊은 아내 어린 자식 뉘 집에 의탁하여 무엇 먹여 살리리까. 장공예(張公藝)는 어떤 사람인고 하니 구세(九世) 동거하였는데 아우 하나 있는 것을 나가라 하나이까. 척령(척(령,영))*은 짐승이나 금란지의(金蘭之誼)를 알았고 상체(常(체,태))*는

꽃이로되 담락지정(湛樂之情)을 품었으니 형님 어찌 모르시오. 오륜지의를 생각하여 십분 통촉하옵소서.”

놀보가 분이 상투 끝까지 치밀어 그런 야단이 없구나.

【B】 「 “아버지 계실 적에 나는 생판 일만 시키고서 작은 아들이 사랑옵다 글공부만 시 키더니 너 매우 유식하다. 당 태종은 성주(聖主)로되 천하를 다투어서 그 동생을 죽였으며, 조비(曹丕)는 영웅이나 재주를 시기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나 같은 초야 농부가 우애지정을 알겠느냐.”」

구박 출문(出門) 쫓아내니 가련하다 흥보 신세 개구(開口) 다시 못 하고서 빈손으로 쫓겨나니 광대한 이 천지에 무가객(無家客)이 되었구나.

불쌍한 흥보 댁이 부자의 며느리로 먼 길 걸어 보았겠나. 어린 자식 업고 안고 울며불며 따라갈 제 아무리 시장하나 밥 줄 사람 뉘 있으며, 밤이 점점 깊어 간들 잠잘 집이 어디 있나. 저물도록 빳빳이 굶고 풀밭에서 자고 나니 죽을 밖에 수가 없어 염치가 차차 없어 가네. 이곳저곳 빌어먹어 한두 달이 지나가니 발바닥이 단단하여 부르틀 법 아예 없고, 낯가죽이 두꺼워서 부끄러움 하나 없네. 일년 이년 넘어가니 빌어먹기 수가 터져 흥보는 읍내에 가면 객사(客舍)에나 사정(射亭)에나 좌기(坐起)*를 높이 하고, 외촌(外村)을 갈 양이면 물방아집이든지 당산(堂山) 정자 밑에든지 사처를 정하고서 어린것을 옆에 놓고, 긴 담뱃대 붙여 물고 솥솔을 매든지, 또아리를 엮든지 냇가나 방죽이나 가까우면 낚시질을 앉아 할 제, 흥보의 마누라는 어린 것을 등에 붙여 새끼로 꽉 동이고 바가지엔 밥을 빌고 호박잎에 반찬 얻어 허위허위 찾아오면, 염치없는 흥보 소견에 가장(家長) 태를 하느라고 가속(家屬)이 늦게 왔다고 짚었던 지팡이로 매질도 하여 보고, 입에 맞는 반찬 없다 앉았던 물방아집에 불도 놓아 보려 하고, 별 수를 매양 부려 하루는 이 식구가 양달쪽에 늘어앉아 헌 옷에 이 잡으며 흥보가 하는 말이 “우리 신세 이리 되어 이왕 빌어먹을 테면 전곡이 많은 데로 가 볼 밖에 수 없으니 포구(浦口) 도방(道傍) 찾아가세.”

- 신재효, ‘박타령’

* 유의유식: 하는 일 없이 놀면서 입고 먹음.

* 외어기모: 외부의 수모를 막음.

* 척령: 할미새. 형제 사이에 어려운 일을 서로 돕는다 함.

* 상체: 꽃 이름. 여러 개의 꽃이 한데 모여 피어 형제의 화합을 상징함.

* 좌기: 관아의 으뜸 벼슬아치가 출근하여 일을 시작함.』

이는 형제간의 우애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이면적으로는 조선 후기 당시의 몰락하는 양반가와 서민의 생활상을 그린 판소리 사설이다. 여기에서 출제된 다음 문항은 발화 의도를 추리하는 문제의 전형적인 예다.

『57. 놀보가 [B]와 같이 말한 이유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흥보가 내세우는 인륜 도덕이 현실에서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님을 밝히려 하였다.

② 흥보가 아버지의 권위에 기댄다고 판단하여 역사적 인물의 권위에 기대어 반박하려 하였다.

③ 흥보의 글공부가 흥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하려 하였다.

④ 흥보가 동정심에 호소한다고 해서 현실의 냉정한 이해관계가 달라지지 않음을 보여주려 하였다.

⑤ 흥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고사를 인용하자, 놀보도 자신에게 유리한 고사를 이용하여 반박하려 하였다.』

[B]는 흥보의 말에 대꾸하는 놀보의 말로, 흥보가 고사를 이용하여 논리적으로 호소하자 같은 방식으로 고사를 이용하여 억지 논리를 펴는 부분이다. 흥보가 인용한 고사들은 글공부를 통하여 익혔을 뿐 아버지의 권위에 기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정답은 ②번이다. 문제는 정답률이 40.52%로 그리 높지 않았으며, 오답인 ③번 비중이 32.78%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평이한 문항이었으나 놀보가 나름대로 고도의 아이러니를 사용하여 논리를 진행했음을 알아야 한다. 당 태종이나 조비가 글공부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을 앞뒤 문맥을 통해 추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①, ⑤번은 흥보가 인륜 도덕을 지키는 사례를 인용하자 놀보는 인륜 도덕을 거스른 고사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있다. ④번은 당 태종이나 조비의 고사를 인용한 이유는 형제간의 정보다 현실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함을 말하려는 의도다.

다시 9월 모의평가 문제를 하나 더 보자.

<예문> 2004학년도 대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43∼47번 지문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징을 두들기는 칠복이의 모습은 나무탈을 쓴 도깨비 같다고들 했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고향을 잃은 서러움, 아내를 빼앗긴 원한 때문이라고들 했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고향에 여섯 살 난 딸아이를 업고 불쑥 바람처럼 나타난 그는, 물에 잠겨 버린 지 삼 년째가 되는 방울재 뒷동산 각시바위에 댕돌같이 앉아서는, 목이 터져라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대는가 하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려 가며 오순도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중얼거리다가도, 불컥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찔러 보고, 창자가 등뼈에 달라붙도록 큰 소리로 웃어 대고, 느닷없이 징을 두들기며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었다. 이상한 것은 그의 성질이 염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물렁해지고, 바보처럼 느물느물해진 거였다. 황소같이 힘이 세고 성깔이 왁살스럽던 그는, 도깨비 춤추듯 징을 두들다가도 방울재 사람들이 쫓아와서 한마디만 질러 대도 슬그머니 징채를 감추고 목을 움츠리는 거였다. (중략)

【A】 「“자네 정신 말짱허니께 허는 소리네만 좋은 얼굴로 헤어지세. 지발 부탁이니 지금 떠나도록 히여.”

강촌 영감이 볼멘소리로, 그러나 약간은 사정조로 말하고 나서 칠복의 겨드랑이 에 손을 넣어 일으키려고 했다.

“낼 아침 떠나라 허고 싶네만, 정은 단칼에 자르는 거이 좋은겨.”

칠복이는 아이를 업고 천천히 일어서서 희끄무레한 램프 불빛에 비춰 보이는 침 울하게 가라앉은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가슴속 깊이깊이 새기며 찬찬 히 뜯어보았다. 그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소나기처럼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핑 서둘러 나가면 대처 나가는 버스를 탈 꺼여!”

강촌 영감이 앞서 술청을 나가며 하는 말이다. 강촌 영감을 따라 칠복이가 고개를 떨구고 나갔고, 뒤이어 봉구와 덕칠이, 팔만이가 차례로 몸을 움직였다. 」

봉구네 주막에서 나온 그들은 칠복이를 앞세우고 미루나무가 두 줄로 가지런히 비를 맞고 늘어서 있는 자갈길 구신작로를 향해 어둠 속을 걸었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칠복이의 등에 업힌 그의 딸아이가 캘록캘록 기침을 하자, 바짝 뒤를 따르던 봉구가 잠바를 벗어 덮어씌워 주었다. (중략)

자동차의 불빛이 길게 어둠을 가를 때마다 칠복이를 앞세우고 걷는 방울재 사람들의 가슴이 마치 총을 맞는 것만큼이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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