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족집게’ 뒤엔 검은 커넥션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EBS 외주PD, 서울교육청이 미리 준 학력평가 문제 6차례 학원에 건네
경찰, 금품전달 여부 수사
他학원 추가유출 가능성도

EBS 외주 PD가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고교생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를 서울 강남의 학원에 사전 유출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11일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EBS 수능담당 외주 PD 윤모 씨(44)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K학원 김모 원장(35)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시험 전날인 3월 10일 학력평가 해설방송 제작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EBS에 건넨 시험문제를 조카 김 씨에게 e메일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치동에서 I학원을 운영하던 김 씨는 넘겨받은 문제 중 일부로 핵심문제를 만들어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시험 전에 풀어보라”며 학원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올해 3월 학력평가 외에도 윤 씨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김 씨에게 문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른 학원에도 유출했거나 유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윤 씨 등의 은행계좌 및 통화기록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제를 넘겨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볼 수 있게 게시한 것은 올해 3월 학력평가 때 한 차례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EBS 제작팀과 K학원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자료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를 불러 문제지가 EBS에 전달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04년부터 학력평가 해설방송 제작과 재수생 등 고교 졸업생도 학력평가 문제를 풀어 볼 수 있는 ‘논스톱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학력평가를 주관하는 시도 교육청이 시험 전날 문제와 답안을 담은 CD를 EBS 측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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