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자체-공무원노조 단협 조사해보니…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지자체가 위법 앞장… 97곳중 78곳 ‘유급전임자 금지’ 안지켜
일부 전임자 휴직계 안 내고 지자체-노조서 월급 이중수령
‘근무시간 외 노조활동’ 규정, 92개 지자체선 ‘있으나 마나’

전국 단위의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손영태 위원장 등 간부 10명은 지난해 휴직 등 절차를 밟지 않고 노조활동을 해오다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합비에서 노조활동에 따른 급여를 받으면서 공무원으로서의 월급도 함께 받았기 때문. 이에 따라 소속 기관으로부터 받은 월급을 도로 내놔야 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4월 16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조합원과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국가공무원법은 성실 의무, 복종 의무, 직장 이탈 금지 의무 등을 통해 근무시간 외에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노조 측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 공무원노조들의 이 같은 불법 관행들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 10곳 중 8곳 유급 노조 전임자 인정

노동부에 단체협약 체결이 신고된 112개 기관 중 지방자치단체 97개 기관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가 최근 현행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97개 기관 중 78개(80.4%)가 유급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조활동은 공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92개(94.8%) 지자체는 단체협약에서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행안부는 97개 기관의 △유급 노조 전임자 인정 여부 △가입 금지대상 허용 여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인정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단체협약 체결이 신고된 기관 가운데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등 대부분의 광역·기초단체 기관 노조들의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 3월 노동부에서 112개 기관의 단체협약 내용 중 일부 위법사항을 발표했지만 행안부가 소속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구체적인 불법 관행 기관 수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원노조법 7조 2항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노조 전임자에 대해 휴직 명령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전임자에 대한 보수지급은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78개 기관 공무원노조 단체협약은 ‘노조가 추천하는 간부에 대해 노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서울 성동구 등)는 식으로 유급 노조 전임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임자는 조합비를 통해 노조 간부로서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휴직을 하지 않아 소속 기관의 공무원 월급은 월급대로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공무원 노조전임자는 올 12월까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유예된 민간 기업노조와 달리 공무원노조법상 국가 및 지자체로부터 보수를 받는 게 금지돼 있으며 이는 기업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는 내년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근무 중 노조활동 가능하게 규정

이번 조사 대상인 97개 기관 중 92개 기관의 단체협약은 규약에 의한 회의 및 행사, 조합 주관 행사, 조합원 교육 등 근무시간 중이라도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연 12시간 이상 조합원 교육’, 울산 동구는 ‘연 20시간 이내 조합원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인정하게 한 부분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노조활동은 공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30개 기관은 노조 가입 제한 완화 규정도 두고 있다. 공무원노조법 6조 2항에는 ‘다른 공무원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업무, 인사·보수에 관한 업무, 교정·수사 업무 등의 해당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부산 동래구 등은 ‘조합원은 6급 이하로 하되, 조합원의 자격과 관련한 여타의 사항은 기관과 노조의 자율교섭에 의하여 정한다’는 식으로 노조원의 범위를 폭넓게 규정했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기관은 세 곳. ‘조합원이 법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는 광주 북구 등의 단체협약은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조합원 지위가 유지된다’는 공무원노조법보다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행안부는 앞으로 위법한 단체협약을 시정하지 않고 있는 기관들의 리스트를 공표해 이를 시정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 단체협약 위법 판단 기준에 따라 지자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해 점검작업을 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불법 관행을 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공노 정용찬 대변인은 “관행적으로 인정돼 오던 것들을 이 정부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근무시간 노조활동 금지 등 현행법의 조항들은 노조의 자율성을 탄압하기 위한 ‘독소조항’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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