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北‘노동-스커드’ 정확도 높아졌다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4일 美독립기념일에 쏜 미사일 7발중 5발 420km지점 탄착
대남 정밀타격 능력 향상
3년만에 무더기로 발사
잇단 ‘美채찍’에 무력시위
오바마는 철저히 무시 전략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강원 원산 인근의 깃대령 미사일기지에서 동해로 발사한 노동미사일(중거리)과 스커드미사일(단거리) 7발 가운데 5발이 발사지점으로부터 420km 거리의 해상에 정확히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그동안 꾸준한 정확도 개선작업을 통해 유사시 대남 정밀타격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음을 입증한 것이다. 군 고위 당국자는 5일 “북한이 남한 전역의 군 지휘부와 비행장, 정부 주요 시설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기존의 지대함 지대공 미사일 발사와 비교할 때 위협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4일 오전 8시경 미사일 2발을 시작으로 오전 10시 45분과 낮 12시, 오후 2시 50분, 4시 10분, 5시 40분경에 1발씩, 총 7발의 미사일을 깃대령 기지에서 동해로 발사했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는 400∼500km로 모두 북한이 10일까지 항해금지구역으로 선포한 동해상에 떨어졌다.

군 소식통은 “7발 가운데 오후 4시 10분과 5시 40분에 발사된 2발은 다른 미사일보다 비행속도가 훨씬 빠른 점으로 미뤄 노동미사일로, 나머지 5발은 스커드급 미사일로 추정된다”며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는 1300km이지만 고도를 높여 발사하면 사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7번째 미사일 발사를 끝으로 깃대령 기지에서 관련 장비와 인력을 철수시키고 항해금지구역에 다시 선박이 다니도록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군 소식통은 “5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동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와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선 현재까지 장거리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쏜 것은 2006년 미국 독립기념일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서 장거리미사일 1발, 깃대령 기지에서 노동과 스커드 등 중·단거리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北, 미사일 수출 겨냥 ‘화력 홍보’ 측면도▼

북한이 이번에 다시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것은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5월 2차 핵실험, 6월 우라늄농축 선언 등 북한의 잇단 강경카드에 대해 ‘잘못된 행동엔 어떤 보상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특히 최근 미국 주도로 국제사회가 대북 금융제재와 추가 식량지원 중단 등 ‘채찍’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자 북한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2006년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와 달리 백악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으로선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남은 카드가 거의 없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을 위협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도 짙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남한 전역에 해당되는 500km 안팎의 목표지점을 겨냥해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집중 발사한 것은 분명한 대남 위협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정일 체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미사일 수출을 위한 성능 시험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신형 기종을 비롯해 거의 모든 기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파키스탄과 이란 등 주요 북한 미사일 ‘고객’에게 미사일의 성능을 공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스커드미사일 500∼600기, 노동미사일 100∼2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0여 기의 스커드미사일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행정부는 “관심을 끌려는 시도로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과도한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방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4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을 포함한 주변 각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국이 냉정함을 되찾고 자제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