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5만원권 어디로 갔을까?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식당-백화점선 카드에 밀려
카지노-경마장서는 많이 써

5만 원권이 5500만 장이나 풀렸지만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귀한 몸’이지만 카지노나 경마장 등에서는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발행 첫날인 지난달 23일부터 7월 3일까지 일선 금융회사로 공급된 5만 원권은 모두 5490만 장으로, 금액으로는 2조7454억 원에 이른다. 국민(4875만 명) 1인당 1장 이상씩 공급된 셈이다.

하지만 일상 경제생활에서 5만 원권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5만 원권으로 결제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를 밑돌고 있다. 대형 백화점의 한 지점에서는 하루 평균 현금 결제액 9000만 원 가운데 2.8%인 250만 원만이 5만 원권으로 결제됐다.

일반 음식점이나 시장에서도 5만 원권 거래는 주춤한 편이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0)는 “지금까지 5만 원권으로 계산하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손님들이 2만, 3만 원만 넘어가면 카드로 결제하다 보니 5만 원권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발행 초기 단계에는 기념화폐로 보관하려는 사람들이 5만 원권을 많이 찾았지만 이후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아직 5만 원권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지노나 경마장에서는 5만 원권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강원랜드 내에 있는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지금까지 50억 원어치의 5만 원권을 고객에게 공급했다. 본점 영업부 공급액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농협 마사회지점도 지난주 창구로 들어온 지폐 50억 원 가운데 2억 원이 5만 원권이었다. 경마장이나 카지노는 사행산업이라는 특성상 현금으로만 거래하기 때문에 5만 원권 유통이 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위조지폐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자동화기기(ATM) 공급이 확대되면 5만 원권을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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