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문화지원 통로는 박물관”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협회 30년史펴낸 김종규 명예회장
“사립 박물관 600여곳… 선진국 수준”

“기업과 개인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박물관, 미술관을 만들어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원천입니다. 여기서 미래지향적 문화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박물관 미술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박물관협회(회장 배기동)가 최근 1976년 창립 이후 30년 역사를 담은 책 ‘한국박물관협회 30년’을 펴냈다. 협회의 주요 활동과 관련 언론 보도 등 한국박물관협회의 역사를 갈무리한 첫 책이다.

책 발간을 주도한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70·사진)은 협회 창립 당시 이사를 맡았고 부회장을 거쳐 1999∼2006년 회장, 2007년부터는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와 역사를 같이한 산증인이다.

김 명예회장은 “1976년 사립박물관 수는 32곳에 불과했지만 이제 600여 곳에 이르는 등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박물관의 수준을 세계에 알린 계기는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박물관대회 때였다. 김 회장은 “한국을 찾은 해외 박물관 관계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사립박물관과 미술관,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의 높은 수준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때의 기억으로 그는 박물관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박물관 설립을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것처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박물관은 기업의 경제력이 문화에 기여할 중요한 통로입니다. 계몽사가 만든 충남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을 보세요. 비록 계몽사는 망했지만 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2006년 정부가 사립박물관에 국고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엄청난 돈을 들여 국가가 국·공립박물관을 더 만드는 것보다 개인과 기업들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국가 예산을 활용하는 것이 선진국다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박물관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민속연구가 조자용 전 에밀레박물관장(2000년 작고)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조 전 관장은 자가용으로 부산에 내려갔다가 좋은 민화와 병풍을 살 돈이 부족하자 자가용을 팔았다는 것. 조 전 관장은 운전사와 함께 구입한 물건을 짊어지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김 명예회장은 어린이들의 교육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은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을 예로 들며 “박물관은 단지 유물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장이자 놀이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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