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도건우]車연비강화, 그린코리아 새 동력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정부는 2015년부터 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연비) 기준을 L당 17km 이상,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km당 140g 이하로 결정하기로 했다. 연비 기준은 2015년 이후 미국의 목표치인 16.6km보다 높고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2012년 유럽연합(EU)의 목표치 130g에 거의 근접한다. 미국 기준인 연비 규제와 EU 기준인 온실가스 규제를 모두 도입하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업체가 1개 기준을 자율적으로 택하도록 했다. 또 국내 자동차 소비형태 및 업계 여건을 고려해 2012년에는 최종 목표 기준의 30%, 2013년 60%, 2014년 80%, 2015년 100%로 규제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 연비가 L당 11km대임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수송, 온실가스 배출 20% 차지

미국이나 EU 지역에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연비 또는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려는 측면도 있지만 수송 분야의 저탄소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다. 수송 분야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여지가 비교적 큰 분야로 인식되지만 국민의 중대형차 선호 경향이 여전하고 승용차 주행거리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환경기준 강화는 저탄소 사회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기여할 것이며 다른 분야에 널리 파급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환경 관련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는 중이다. 이미 EU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EuP(Energy-using Products) 대기전력 규제안’과 같은 환경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5월 중국판 REACH라 할 수 있는 ‘신화학물질환경관리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미국 하원이 최근 통과시킨 ‘미국 청정에너지와 보호에 관한 법률’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국가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조정조치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국경세’ 조항을 포함한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에너지 저효율 제품, 환경에 위해한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더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환경 관련 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는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8%인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환경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방안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T-IT 접목시켜 경쟁력 강화해야

정부와 기업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녹색기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녹색기술 분야는 불확실성 및 투자의 위험성이 크므로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 마련과 연구개발(R&D) 분야의 투자를 위한 지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번 연비 기준 강화와 같은 제도 마련이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업은 국내외의 환경 규제 및 정책 방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기존에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분야가 기존 사업에다 에너지 환경기술(ET)과 정보기술(IT) 등 환경이라는 새로운 테마를 접목시켜 기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지속가능한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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