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87>非禮勿視하며 非禮勿聽하며 非禮勿言…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유명한 四勿(사물)의 가르침이다. ‘논어’ ‘顔淵(안연)’ 편의 克己復禮章(극기복례장)에 나온다. 顔淵이 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克己復禮가 仁이라 했다. 다시 안연이 克己를 실천하기 위한 條目(조목)에 대해 묻자, 공자는 네 가지 ‘勿’을 말했다. 勿은 ‘∼하지 말라’는 뜻의 금지사다.

非禮勿視는 눈앞의 일이 선왕 이래의 禮法이나 禮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너는 그것을 보지 말라는 뜻이다. 非禮의 주어와 勿視의 주어가 다른데도 둘이 모두 생략되어 이어진 긴축복합문이다. 아래 세 구절도 같다. 같은 글자 수, 같은 구조, 같은 범주의 문장을 셋 이상 늘어놓는 것을 類句法(유구법)이나 累層法(누층법)이라 한다. 視는 見과 다르고, 聽은 聞과 다르다. 보려고 해서 보는 것이 視, 들으려고 해서 듣는 것이 聽이다. 공자는 私欲을 이기려면 視聽言動을 主宰(주재)하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보아, 禮에 부합하지 않는 일은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말고 말하려고도 행하려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

‘회남자’에 보면 曾子가 한때 몸이 말랐다가 뒤에 풍성해졌다는 일화가 있다. 子夏가 그 까닭을 묻자 증자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富貴의 즐거움을 누리려 했다가 道의 훌륭함을 보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다툴 때는 몸이 말랐다가, 도를 좋아하게 된 뒤로 넉넉해졌습니다.” 당시 富貴는 非禮와 不義의 행태였다. 사실 우리 마음에는 非禮와 不義를 따르려는 경향과 禮와 正義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혼재한다. 마음속에 그 둘이 交戰할 때, 顔淵이 그랬듯이 결연하게 말하자. “제가 비록 不敏(불민)합니다만, 이 말씀을 일생 사업으로 삼겠습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