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가 그냥 ‘집’으로 보이니?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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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상승기마다 롤러코스터… “이미 금융상품化”
강남3구 올 15.5% 급등… 같은 지역 일반아파트의 5배

《2005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2단지 60m²를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회사원 양모 씨(41)는 이 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래미안퍼스티지 109m²를 최근 14억 원에 내놓았다.

“입주 시점까지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양 씨가 처분키로 한 이유는 집값 급등락으로 몇 년간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

그는 “아파트를 산 직후부터 집값이 7억, 13억, 9억 원 등으로 널뛰기를 하는 통에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이쯤에서 접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투자처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들어 가격이 반등하면서 ‘대표 부동산’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가격추이를 보면 하락기에는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훨씬 많이 떨어져 변동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가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금융상품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급등락 반복

부동산114가 부동산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07년 1월 이후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값 등락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이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값이 추락했던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12일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 26일까지 평균 15.5% 뛰었다. 올 1월 9일 저점을 통과했던 강남 3구의 일반 아파트가 지난달 26일까지 평균 3.5%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단연 돋보였다. 강북 3구(노원 도봉 강북구) 아파트 평균 상승률(1.0%) 및 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률(2.3%)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2007년 1월 5일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 12일까지는 19.4%나 급락했다. 강남 3구 일반 아파트가 고점부터 바닥까지 11.8% 내렸고 강북 3구 아파트가 5.5% 내린 것과 비교하면 추락에 가까웠다. 일례로 2007년 1월 8억500만 원이었던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43m²는 지난해 12월 6억2500만 원까지 떨어져 집값 하락폭이 1억8000만 원(22.4%)에 이르기도 했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 대세 상승기였던 2003∼2006년에도 하락폭과 상승폭이 다른 지역보다 컸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3년 11월 강남 3구 재건축은 3.6% 하락해 강남 3구 일반 아파트(―0.7%)와 경기 과천시(―2.0%), 용인시(―0.04%)보다 하락폭이 컸다. 집값이 뛰었던 2005년 4월에는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7.1%)이 강남 3구 일반 아파트(3.8%)와 과천시(6.4%)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앞질렀다.

○ 실질가치 따져 장기투자 바람직

재건축 아파트는 본래 특징인 ‘비(非) 거주성’ 때문에 다른 아파트보다 투자수요가 많이 몰리고 이에 따라 변동성도 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낡은 재건축 아파트를 전세나 월세로 주고 다른 곳에 살기 때문에 거주 목적이 강한 일반 아파트보다 투자 상품의 성격이 짙다는 것.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대기수요가 풍부한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주식처럼 사고팔기가 쉬워 통상 부동산의 한계로 지적되는 환금성이 매우 뛰어나고 과거 수익률도 좋았다”며 “전국에서 수요가 몰리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이 돼 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준(準)금융상품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수요가 많은 점은 역으로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으로 돌변한다. 이는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단기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정부 규제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 경제 변수가 더 중요해졌다”며 “세계경기의 회복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값이 다시 출렁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를 포함해 실질적인 미래가치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실제 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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