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민사고 두 학생 순수 국내파로 미 아이비리그 뚫다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민사고 3년 너무나 다르게 살아온 두 학생… 순수 국내파로 미 아이비리그 듀크대를 뚫다

《해외경험 한번 없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듀크대에 합격한 허우녕 씨(19), 임희현 씨(19)는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두 사람은 중학교 1학년 때 영재사관학원 민사고반에서 만나 올해 민사고를 함께 졸업하고 9월이면 나란히 듀크대에 입학한다. 그들이 결정적으로 친해진 건 민사고 국제반 70명 중 1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순수 국내파(1년 이상의 해외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였기 때문.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해주며 ‘절친(절친한 친구)’이 됐다. 두 사람은 ‘해외파’ 친구들과 정면 승부를 하는 대신 살짝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SAT 점수는 다른 해외파 친구들보다 100점 정도 낮았지만, 인턴십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해서 바라던 대학에 합격했다. 국내파 두 사람의 전혀 상반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공략법’을 소개한다.》

엉덩이 무르도록 연구 또 연구 “나는 학구파”

○ 인턴십, 논문발표…학구적인 허우녕식 해법

허 씨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과학 관련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과학탐구올림픽’에 참가해서 군포시 대회 금상, 경기도 대회 금상, 전국 대회 장려상을 탔고, ‘과학전람회’에 나가서 군포시 대회 금상, 경기도 대회 우수상, 전국 대회 장려상을 탔다. 두 대회의 공통점은 직접 실험을 하고 실험보고서를 쓴다는 점.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서 올림피아드 대신, 과학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대회에만 출전했다.

민사고 2학년 때부터는 국립농업과학원에 있는 유해미생물실험실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생물 과목에 뛰어난 그를 위해 민사고 생물교사가 직접 자리를 알아봐줬다. 허 씨는 연구실에서 미생물 실험을 했다. 책에서만 보던 유전자 분리 실험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웠다.

과학자 꿈… 중1부터 각종대회 출전
고2 땐 국립농업과학원서 인턴십
반년 연구논문 미국 학회 1등상 수상

한 달이 지나자 ‘간단한 실험을 구상해서 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는 직접 실험을 설계해서 반년 동안 연구한 다음 논문을 썼다. ‘pUC 복제원점 형광 플라스미드의 펙토박테리움 균주 내에서의 안정성(The Stability of pUC Origin Fluorescent Plasmids in Pectobacterium spp.)’이라는 긴 이름의 논문이었다.

그는 이 논문으로 고등학생이 실험보고서를 발표하는 ‘대한민국과학기술경진대회’에서 국가 대표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뽑혔고,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대회인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 ISEF)’에 나가 미생물 분야 4등상과 미국 식물병리학회에서 주는 1등상을 받았다. 이 논문은 다음 달 한국식물병리학회지에도 실린다.

허 씨는 인터뷰 바로 전날까지 총 2년 남짓 연구실에 다녔다. 방학 때면 매일 연구실에 갔고, 학기 중에도 틈틈이 연구실을 찾았다. 민사고 졸업을 앞둔 1월부터는 아예 연구실 직원처럼 매일 출퇴근하며 한 박사가 진행하는 ‘박테리오신’ 실험의 파트너로 일했다. 그는 “아직은 학력이 고졸이라 아르바이트비만 받지만 하는 일은 연구원과 똑같아서 박사님이 ‘값 싸고 질 높은 인력’이라며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허 씨는 이런 인턴십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전 과정을 배웠던 점이 듀크대에 합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는 학생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방법적인 지식을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10명의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대통령 과학장학금을 수상하게 되어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일년에 5만 달러씩 총 20만 달러(약 2억5000만 원)를 지급받게 됐다.

봉사… 사물놀이… 발로 뛰었다 “난 동아리파”

○ 봉사 동아리, 경제공부 동아리…활동적인 임희현식 해법

민사고 재학시절 허 씨가 아카데믹한 경력을 쌓는 데 집중했다면 임 씨는 실용적인 경력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 씨는 봉사 동아리, 경제공부 동아리, 사물놀이 동아리 등 8개나 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봉사 동아리는 임 씨를 포함한 동기생 6명이 최초로 만들었다. ‘이주 노동자 인권 찾기’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동아리였다.

매년 열리는 ‘마이그런트 아리랑(Migrant Arirang)’에 참가하거나 이주 노동자를 위한 번역작업을 돕거나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제일 열심히 한 일은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이었다. 임 씨와 친구들이 직접 보건소와 연계해 놀이방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갔다.

이주노동자-다문화 가정 돕기 앞장
놀이방 직접 만들어 아이들 돌봐
유엔기구서 일하며 제3세계 돕고파

경제공부 동아리에선 경제경시대회나 창업대회에 나갔다. 고등학생이 팀을 만들어 영어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창업대회인 ‘YBPC’에 출전해서 2등을 하고 국제창업대회인 ‘SAGE’에 참가했다.

임 씨는 “수상경력 자체는 내세울 정도가 아니지만 그동안 해온 봉사 동아리 활동과 창업대회 수상경력이 내 장래희망과 잘 맞아떨어져서 듀크대에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듀크대에서 정책경제를 전공한 후 제3세계 국가를 돕는 유엔 산하기구에서 일하는 것. 빈곤국을 위한 경제정책을 만들어 그들을 돕고 싶다.

사물놀이 동아리 활동도 에세이에 적어 넣었다. 동아리 단장이었던 그는 사물놀이 대열의 맨 앞에서 꽹과리를 치곤 했었다. 자신의 활동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임 씨는 이 경험을 상세히 적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두 사람은 마주보며 “그러고 보니 우리 진짜 다르게 살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허 씨는 공부를 계속해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다음 생명공학자가 되는 게 꿈이고 임 씨는 빨리 사회에 나가서 유엔 산하기구에서 발로 뛰는 게 꿈이니 두 사람이 유학을 준비해온 과정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걷는 길이 전혀 다르지는 않았다.

임 씨가 “네가 미생물 박사가 되어서 백신 등을 개발하면 내가 그

기술을 지원하고 소외 국가에 보급하면 되겠다”고 말하자 허 씨가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세계무대를 누빌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됐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그래픽 박정은 ultramarine@donga.com

▼바로잡습니다▼

6일자 프라임타운 1면 ‘순수 국내파로 미 아이비리그 듀크대를 뚫다’ 기사에서 듀크대는 미국 명문대이나 아이비리그 대학은 아니기에 바로잡습니다.

‘Prime TOWN’ 특집기사목록

▶ 민사고 두 학생 순수 국내파로 미 아이비리그 뚫다

▶ 내신도 입시도 ‘수학에 웃고 수학에 울고’

▶ 초등 수학내신·경시대회 대비를 한꺼번에!

▶ 외고별 선발전형/수원외고

▶ 서울, 경기과학고 대비전략<2>

▶ ‘외고 외골수’ 엄마들의 착각

▶ 특목고 재미있게 준비하기<4>

▶ 2010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요소 꼼꼼히 확인

▶ 수시지원전략/성균관대 수시 전형 변화와 특징

▶ 2020년 세계 4강도 가능하다, 그 시작은 의료관광!

▶ 다른 애들은 쑥쑥! 우리 아이만 안 크는 이유는?

▶ 천사의 실수? 보조개가 남자의 마음을 녹이다

▶ 초고도 근시도 이제는 ‘안경 없이 1.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