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구멍 뚫린 삼성 불펜…애 끓는 SUN

  • 입력 2009년 7월 4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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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감독인 내가 던질 수도 없고”

“올 시즌이 고비긴 고빕니다.”

삼성은 대대로 시즌 초반 잠시 주춤했다가 7-8월부터 본격적인 추격전을 벌인다. 지역 특성상 타 구단 선수들보다 더위에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에 돌입한 삼성 선동열(사진)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다행히 그동안 부진했던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3일 대구구장. 선동열 감독은 “믿을 만한 계투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2일 대구 KIA전을 떠올리며 한 푸념이었다. 삼성은 이날 4회까지 5-2으로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불펜 김상수가 1.2이닝 만에 4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어 등판한 백정현이 0.1이닝 1실점했고, 곽동훈은 2이닝 동안 4점(자책3)을 내주며 결국 9-14로 대패했다.

2일까지 삼성의 구원투수 방어율은 4.48이다. 그나마 필승계투조인 권혁(2.23)과 정현욱(2.61) 때문에 8개 구단 중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 감독은 “나머지 계투들이 이기는 피처들과의 실력 차이가 극심하다”며 “권혁과 정현욱을 매일 던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선 감독은 필승계투조의 투입을 일주일에 3번 정도로 정했다. 나머지 3일은 선발 투수와 나머지 계투들이 받쳐줘야 하는 상황이다.

선 감독은 “최원제나 김상수는 마운드에 오르면 자신감이 있게 던져야 하는데 긴장한다. 사사구를 12개씩 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기회를 줘도 못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선 감독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건 올라올 수 있는 2군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유일한 희망은 안지만. 선 감독은 삼성 코치 시절 얘기를 꺼냈다.

시즌 초반 팀 방어율이 최하위였을 때 선 코치는 투수들에게 매일 엄청난 양의 공을 던지게 했다. 특훈 덕분에 6월 팀 방어율은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금 역시 그만큼 훈련시키고 싶은 심정일까. 선 감독은 “2004년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을 때는 내가 던지고 싶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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