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이건 끔찍한 전투”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보고 또 보고… 미군 마을 순찰아프가니스탄에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개시한 미 해병들이 3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 가름세르의 한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2일 미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 발표 후 처음으로 탈레반 소탕작전에 들어갔지만 작전 초기부터 미 해병대 1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병사 1명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등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가름세르=로이터 연합뉴스
보고 또 보고… 미군 마을 순찰
아프가니스탄에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개시한 미 해병들이 3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 가름세르의 한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2일 미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 발표 후 처음으로 탈레반 소탕작전에 들어갔지만 작전 초기부터 미 해병대 1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병사 1명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등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가름세르=로이터 연합뉴스
탈레반 근거지 대규모 급습… 양측 치열한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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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新)아프간정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 아프가니스탄에서 올 들어 미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시작됐으나 작전 초기부터 미 해병대 1명이 교전 중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3일 헬만드 주의 가름세르와 나와 지역을 확보한 데 이어 한네신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작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래리 니컬슨 아프간 주둔 해병 여단장은 이날 AFP통신에 “남부지역에 투입된 부대는 ‘끔찍한 전투(hell of fight)’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동부 파크티카 주에서 실종된 미군 병사 1명은 자신들이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 탈레반 조직 사라주딘 하카니파의 한 사령관은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군 병사 1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하카니는 지난해 카불 주재 인도대사관 폭발사건의 주모자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는 2001년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미군 납치 사건이다.

또 헬만드 주 라슈카르가에서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루퍼트 소넬로 중령 등 영국군 2명이 전사했다. 소넬로 중령은 영국군이 아프간에 배치된 이후 숨진 장병 가운데 최고위 장교다. 앞서 미군은 2일 해병대 4000명과 650명의 아프간 병력을 동원해 헬만드 주 일대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파슈토어로 검(劍)을 의미하는 ‘칸자르’라는 이름의 이번 작전은 베트남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해병대가 참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도 전투기와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지원하고 있다.

미군이 헬만드 주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음 달 20일 아프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 치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고, 아편 생산을 막아 탈레반의 주 수입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간은 세계 전체 아편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절반이 헬만드 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려면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헬만드 주에는 미군에 대한 아프간인들의 분노와 반감이 팽배해 군사작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아프간에 미군과 나토군이 8년 동안 주둔하면서 탈레반 세력을 뿌리 뽑으려고 했지만 아프간 남부를 중심으로 외국 군대를 향한 주민들의 적개심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P통신도 이런 이유로 “아프간 내 탈레반 지역을 미군이 빼앗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탈환 후 이를 유지하고 실질적으로 아프간 정부가 통치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 때문에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표를 탈레반 사살보다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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