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사치”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美도시 수십곳 재정난으로 행사 취소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의 폭죽이 꺼져버렸다.”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미국 전역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하지만 경제난 속에 맞이한 올 독립기념일엔 수십 곳의 도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콜로라도 주의 유명한 관광도시인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의회는 메모리얼파크에서 30년째 열어 온 불꽃놀이를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과 공영라디오방송(NPR)이 2일 보도했다. 지난해 세수가 20%나 감소한 상태에서 7만5000달러의 비용이 너무 벅찼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래리 스몰 부시장은 “이미 시 직원을 200명이나 감원했다. 도로의 구멍을 메우고 눈을 치우는 것 이외엔 공공작업을 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폭스뉴스는 불꽃놀이를 취소키로 한 지방자치단체가 50곳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중 하나인 오하이오 주 파르마 시(인구 8만3000명 규모)의 한 주민은 “다들 자존심 상해한다. ‘나도 돈이 없는데 시도 없구나’라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대서양 연안 도시로 스스로를 ‘미국 독립의 산실’이라고 자부해 온 매사추세츠 주 입스위치 시도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주민들은 “우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 과세에 저항한 첫 도시 가운데 하나”라며 “올해는 불꽃놀이 구경을 하기 위해 이웃 도시로 가야 할 형편”이라고 탄식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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