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월 실업률 9.5%… 26년만에 최고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미국의 실업률이 26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자리가 불안하면 가계 소득이 줄고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 지출도 따라서 줄 수밖에 없다. 수요가 줄면 기업 활동이 감소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시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 자체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노동부는 2일(현지 시간)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9.5%를 나타내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면서 1983년 8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9.6%보다는 약간 낮았지만 6월 한 달간 46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 마켓워치와 블룸버그통신은 실업률 발표에 앞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토대로 6월 일자리 감소 폭이 각각 32만5000개, 36만50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고용 감소 폭은 1월 74만1000개로 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줄어들어 5월에는 32만2000개로 줄어들었지만 6월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2007년 12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공식 진입한 이후 사라진 일자리는 650만 개에 달했으며 지난달 현재 미국의 실업자 수는 1470만 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많은 가정이 ‘다음에는 우리 (해고) 차례가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며 “고용지표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임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성공적으로 이뤘고, 주택시장도 안정돼 가고 있다”고 자평한 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고용지표는 ‘정신이 번쩍 드는(sobering)’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회복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 악화는 미국 경제가 수년간 취약한 상태를 지속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지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뉴욕 증시도 2일 급락세를 보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223.32포인트(2.63%) 하락하며 8,280.74에 장을 마쳐 8,300 선을 내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20포인트(2.67%) 내린 1,796.52, S&P500지수는 26.91포인트(2.91%) 밀린 896.42에 마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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