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고大亂구경꾼’ 민주당과 귀족 노동계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2년 고용기간 만료로 해고통보를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고용기간이 연장되거나 유예됐더라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해고된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우면 전체 고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정규직 전환’만 고집하고 있다. 이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아 해고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부 여당이 추산하는 100만 명보다 훨씬 적은 30만 명 정도여서 해고대란(大亂)은 없다”고 주장한다. 30만 명이 적은 수라는 말인가.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 중에 고용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꿀 여력이 있는 곳은 드물다. 회사 문을 닫으라는 압박과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있는 일자리라도 지키고 싶을 것이다. 일부 야당과 노동계의 인식과 행태는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30만 명 해고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은 그동안 이들이 내건 ‘서민 정당’ ‘서민을 위한 노총’이란 구호가 허구였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이나 ‘노동 귀족’들이 자신의 자식이나 동생, 조카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는 비정규직이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정규직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규직을 대표하는 두 노총이 합의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비정규직이 실직(失職)해도 결국 총고용은 같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그런 논리라면 회사 경영상 불가피한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나랏돈으로 실업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550만 비정규직과 그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노동계의 합의 없는 유예안은 상정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줄곧 거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런데도 “의회민주주의가 거덜 났다. 50년 민주헌정사에 ×칠했다”며 막말을 했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추 위원장을 일부 좌파세력은 “약자 보호” 운운하며 치켜세우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다수는 서민층이다. 일부 야당과 노동계는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고통을 주는 반(反)서민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이번에 드러난 이들의 위선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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