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윤동주…” 詩碑세우기 팔걷은 일본인들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교토부 우지공원에” 3개월만에 6300여명 서명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옥사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추모 물결이 일본의 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시 일고 있다. 이 단체는 윤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임으로 교토(京都)부에 기념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일 일본 시민단체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교토부 우지(宇治) 시의 우지공원에 윤 시인의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005년 발족한 이 단체는 기념비 건립을 목표로 5년째 활동하고 있지만 교토부가 승인해주지 않자 4월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서명 참가자가 6300명에 이를 정도로 추모 열기가 뜨겁다.

안자이 이쿠로 리쓰메이칸대 국제평화박물관장 같은 저명인사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인사 등이 건립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120여 명의 회원과 서명자 대부분은 윤 시인의 시와 생애를 기리고자 하는 일본 시민들이다. 건립위원회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 사무국장은 “서명운동 참가자 역시 그의 시를 좋아하거나 그의 비극적인 생애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라며 “윤 시인 같은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립위원회는 그동안 일본인들과 재일교포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벌여 550만 엔(약 7200만 원)을 모아 이미 지난해 가로 120cm, 세로 175cm 크기의 기념비까지 제작해 놓은 상태다. 윤 시인이 1941년 모교인 연희전문대의 학우회지 ‘문우’에 발표한 시 ‘새로운 길’을 윤 시인의 자필 그대로 본떠 새겨넣었다.

위원회의 계획이 성사될 경우 윤 시인의 기념비가 대학이 아닌 일본 시민공원에 처음으로 세워지는 것이다. 현재 일본 내 윤 시인의 기념비는 도시샤(同志社)대와 교토조형대 등 2곳으로 모두 대학 캠퍼스 내에 있다.

위원회가 우지 시에 기념비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현존하는 윤 시인의 사진 가운데 가장 마지막 것으로 알려진 사진(사진 참조)을 이곳에서 찍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토 도시샤대에 재학했던 윤 시인은 귀국을 앞둔 1943년 6월 대학 친구들과 송별회를 했고 우지 강 구름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가 1945년 2월 후쿠오카(福岡)의 한 형무소에서 숨졌다.

곤타니 사무국장은 “서명자가 조만간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교토부도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받아들여 기념비 건립을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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