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올해는 0-13”… 희망을 본 콜드패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서울대 야구부, 도쿄대와 4번째 교류전
역대 최소 점수차에 최다 5안타 위안

“그쪽은 펑고(수비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 주는 것)도 안 한다. 우리를 무시하는 거다. 하지만 기죽지 마라. 자신감을 가져라.”

정석 코치는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1990년대 국가대표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다. LA 다저스와 계약금 10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하기도 했다. 정 코치는 지난해부터 짬짬이 서울대 야구부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자, 아자, 서울대 파이팅!”

3일 서울 양천구 신월야구장. 선수들의 목소리는 컸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상대의 실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1977년 창단 이후 국내 대회에서 1승 1무 247패를 거둔 서울대는 2005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처음으로 교류전을 했다. 결과는 0-22의 참담한 패배. 이듬해부터 콜드게임 규정을 만들었다. 서울대는 2006년, 2007년 잇달아 콜드게임으로 졌다. 세 차례 맞붙는 동안 1점도 뽑지 못했다.

도쿄대 야구부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체육특기생이 없다. 모두 치열한 입시전쟁을 통과했다. 그러나 같은 ‘아마추어’는 아니다. 저변부터 다르다.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서울대 선수는 13명. 야구부 전원이다. 도쿄대는 18명. 전체 80여 명 가운데 추려서 한국에 왔다. 서울대 선수들은 대학 입학 이후 야구를 시작한다. 반면 도쿄대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다. 고교 시절 고시엔 무대를 밟은 선수도 있다. 운동과 학업을 함께 하는 일본 문화 덕분이다. 게다가 도쿄대는 와세다대, 게이오대, 호세이대 등 야구 명문대들과 함께 도쿄 6대학야구연맹 소속으로 1925년부터 매년 봄-가을 리그전을 통해 전력을 다져왔다.

2회까지는 0-0으로 팽팽했다. 선발 유병수(경영4)가 호투했다. 1회 먼저 안타를 뽑은 쪽은 서울대였다.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대는 3회에 3점을 내줬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이 없었다. 더그아웃에는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서울대는 7, 8회 5점씩 내주며 0-13, 8회 콜드게임으로 졌다. 그래도 역대 가장 적은 점수 차였고 가장 많은 안타(5개)를 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과학고 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9년째 무보수로 모교 야구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탁정근 감독은 “9회까지 가지 못해 아쉽지만 초반 대등한 경기를 한 것에 만족한다. 2주간의 합숙훈련이 좋은 결실로 나타났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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