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평화적 핵이용’ 사전교감 있었나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柳외교 ‘협정개정’ 발언 파장
北-中 압박용 카드 분석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평화적 핵 이용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2014년 협정 만료를 앞둔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 중대한 수정을 의미하는 발언을 정부가 미국과의 사전 조율도 없이 제기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유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원칙적인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미국과 사전 조율은 없었고 전혀 새로운 발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 장관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다음 날인 5월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한국과 미국이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에 대한 공동연구도 하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우리의 주권에 대한 것도 심각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건식(乾式) 재활용 방법. 핵무기에 사용되는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습식(濕式)과 달리 평화적인 핵 재활용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유 장관은 2일 “원료의 공급이나 재처리 문제에 있어서 상업적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보다 분명하게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한미 간에 어떤 형태로든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미 간 교감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에 북한의 핵개발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면 한국이 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겠다는 카드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국가간 핵 협력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핵 비확산을 위해 협력 대상국을 절대적 협력국가와 제한적 협력국가로 나눠 관리해 왔다. 유럽원자력공동체(유라톰)와 일본은 첫 그룹에 속해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지만 한국과 호주 등은 두 번째 그룹이어서 핵에너지 이용에 핵심적인 농축과 재처리 활동을 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두 번째 그룹의 최상위 국가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이유로 언제든 핵무장을 하려 할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의 핵 비확산 정책 실무자들은 여전히 한국의 핵 협력 단계 격상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현경 동아사이언스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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