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사태 비켜간 무기계약직은 ‘中규직’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정규-비정규직 중간 형태
기간 명기않고 근로계약
고용안정성은 정규직 수준
연봉-복리후생서 차별받아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이 무산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한 몇몇 대기업은 미리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대량 해고 사태를 막았다. 이들 대기업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고용 형태”라고 말하면서도 ‘정규직’과는 구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낀 ‘중(中)규직’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기계약직은 어떤 근로 형태일까.

무기계약직은 근로계약을 할 때 기간을 명기하지 않는다. 이 경우 계약 종료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면에서는 정규직도 일종의 무기계약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고용안정성만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다.

무기계약직의 복지나 근무 조건은 회사마다 다르다. 하지만 임금은 대부분 정규직보다 낮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정규직 봉급의 평균 63%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며 “연봉 격차도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고용을 보장하면서도 해당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구분하지 않는 이유도 완전히 같은 연봉과 복리후생을 적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모든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돼 연봉은 기간제 계약 수준을 유지하고 고용안정과 복지만 정규직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번 대량 해고 사태의 근원적 처방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같은 일을 하고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구조”라며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할 때도 무기계약직이 가장 먼저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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