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미디어법 4자회담 수용” vs “갑자기… 시간끌기 아니냐” 한나라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 국회 정상화 ‘먼길’

與 “이번 국회 표결처리
약속 안하면 회담 불응”
오늘 원내대표 협상 주목

민주당은 3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위의장 및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양당 간사가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미디어관계법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 회기 내 처리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거부했다. 민주당의 뒤늦은 4자회담 수용은 지연 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가 4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해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민주, 닷새 만에 4자회담 가동하자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제안했던 미디어관계법 4자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가 4자회담을 제안한 지 닷새 만에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박 의장은 “모든 것을 논의하겠다”며 전제조건을 달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디어관계법의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하자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민주당이 4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다목적 카드로 분석된다. 우선 정국 이슈의 무게 중심을 비정규직보호법에서 미디어관계법으로 옮겨 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미디어관계법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또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국회를 장기간 파행시키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명분 축적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협상을 시작하면 시간이 생긴다. 협상 도중에 직권상정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국회 개회 문제의 돌파구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안 속는다”

4자회담 제안자였던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간을 끌려는 전술로 보이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표결처리를 약속하지 않는 이상 회담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4자회담 수용 방침에 대해 “지난달 28일 처음 4자회담을 제안했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어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을 약속해 줘야 협상을 할 수 있고, 또 회담을 하더라도 4자회담보다는 자유선진당까지 포함한 6자회담이 좋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7월 중순경 직권상정을 통해 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과도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4자회담 개최에 조건을 달고 나오자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4자회담을 하자고 해서 수용한다고 했더니 이제는 6자회담이냐”며 “애초 협상할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주목되는 4일 양당 원내대표 회동

4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회동의 의제는 비정규직법 문제다.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 때문에 만나는 것”이라며 “미디어관계법까지 논의의 의제로 삼는다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민주당 측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양당 원내대표 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국회 전반의 이슈들이 폭넓게 다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대표 회동 때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우리 측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견해차가 커 한동안 대치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한나라 “신방겸영 2013년부터 허용” 검토 vs 민주 “금지” 평행선

■ 미디어법 접점 찾을까

민주당이 3일 미디어관계법 논의를 위한 한나라당의 ‘4자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여야가 팽팽히 맞서온 미디어법 쟁점에 대한 이견이 협상 과정에서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편성채널) 지분 보유 등 미디어법의 핵심 쟁점에 줄곧 ‘불가’를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4자회담’ 수용은 민주당의 태도 전환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 창조한국당도 이날 한나라당 개정안의 대안을 발표해 여야 각 당의 미디어법 협상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겸영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올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 최종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하는 2013년부터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은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인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편성채널) 지분 보유 상한선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초 지상파 2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편성채널 49%를 주장했지만 미발위 보고서를 토대로 지분 상한선을 재조정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지상파 10%, 종합편성채널 20%, 보도편성채널 30%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편성채널에 대해 신문의 지분 보유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4자회담’이 성사된다면 무조건 금지만 고수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당직자는 이날 “지상파는 어렵겠지만 종합편성채널 또는 보도편성채널의 지분 보유는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은 순위 20위 밖의 대기업 중 종합일간지 지분을 5% 미만 소유한 대기업이나 발행부수 점유율 10% 미만의 전국 종합일간지에 한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편성채널의 지분을 각각 2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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