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분]다문화가정, 교육정보 절실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중등학교 재학생이 지난해 4월 현재, 2만 명을 넘었다. 국제결혼가정 자녀 1만8700명, 외국인 근로자가정 자녀가 1400명으로 2007년에 비해 각각 39.6%, 15.9%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의 ‘2008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2006년 2만5000명에서 2007년에는 4만4000명, 2008년에는 5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 6세 이하가 57.1%를 차지한다. 현재까지는 국제결혼가정 자녀 중 상당수가 취학 이전단계에 있으나 앞으로 초중등학교에 다닐 다문화가정 자녀가 계속 늘어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국제결혼이 2000년 이후에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령기 아동은 향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남성의 배우자가 되는 국제결혼 상대자의 출신국이 중국(조선족이 아닌 한족) 필리핀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로 다양해지면서 외모나 문화, 교육에 관한 사고 및 지원방식이 한국과는 크게 다른 국가 출신의 결혼 이주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가정 어머니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즉,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자녀양육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 입학 준비 및 가정교육 지원 부족으로 인한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차원에서 수행한 국제결혼가정의 학생, 학부모, 담당교사 대상 교육실태 분석 연구에서도 이와 관련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어를 잘하는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자녀에 비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학교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리고 자아개념이나 자아정체성, 또래관계(사회성)와 같은 정의적인 측면에서도 어머니의 언어능력, 가족의 교육적 지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어머니일지라도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일반가정의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와 중고교에 이르기까지 자녀의 적성과 수준에 맞는 교육지원을 할 수 있는 어머니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실천은 쉽지 않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교육을 위해 학습지도나 사교육 등 여러 가지 교육정보를 얻고 싶어 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 학부모의 30% 정도만이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교사와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은 자녀교육을 위해 정보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에서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몰라서 걱정했다. 또 이들 어머니가 한국인 어머니와 교류하며 지내는 경우가 드물었고, 대부분은 먼저 결혼해서 한국으로 이주한 같은 나라 출신하고만 어울리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위한 정보가 미흡하고 새로운 정보를 빨리 접하기 힘든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다문화가정 학부모를 위해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TV나 신문 등 매스컴을 많이 활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또 국제결혼가정 학부모가 가정에서 자녀의 학습을 지도하고 진로지도까지 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지역의 복지센터나 학교에서 학부모가 편리한 시간에 제공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집단적으로 또는 가정 단위로 언어지도, 학습지도, 진로·생활지도,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가정에 찾아가서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진기관 및 단체, 부처 간의 밀접한 연계와 협력이 요구된다.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도 우리 국민이므로 높은 자질을 함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세심하고 풍부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재분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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