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뭘해도 도루묵… 그래서 외고에 진학했건만…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오현종 지음/216쪽·1만 원·문학동네

서울에 있는 한 외국어고등학교의 불어과에 진학한 여고생 은효. 철사 교정기에 눈이 축소돼 보일 정도로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있다. 말주변 없고 소심한 성격에 친구도 많지 않은 이 아이는 다니던 중학교에서 한가락 했을 잘난 친구들 틈새에서 기가 죽어 있다.

은효가 외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것은 입시 욕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중학교 시절의 지긋지긋한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중학교에 수석 입학하면서부터 그는 독보적으로 우수한 성적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표적이 돼 비아냥거림과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다행히 각고의 노력으로 중학교 3학년 무렵 어느 정도 극복이 됐다 싶었는데, 여동생이 같은 중학교에 또 수석 입학하면서 모든 게 도루묵이 되고 만다. 쌍으로 재수 없는 자매가 됐기 때문. 같은 이름의 여고에 진학해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한누리외고에 진학한다.

오현종 작가의 신작 장편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한누리외고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은효가 겪는 성장통을 그려낸 소설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교우관계와 입시 스트레스, 교실 내 자잘한 사고들과 친구들 간의 애틋한 우정이 위트 있게 묘사됐다. 상당 부분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녹아 있지만 제도권 교육에 반기를 들 무모함도, 공부 외에 다른 것을 찾아 나설 깜냥도 안 되는 소심하고 평범한 대다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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