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근대도시인의 해방구, 멜로드라마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멜로드라마와 모더니티/벤 싱어 지음·이위정 옮김/503쪽·2만2000원·문학동네

근대 도시는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1870년 1000만 명도 안 되던 미국의 도시 인구가 1910년에는 4200만 명에 이르렀다. 근대 도시는 사람과 자동차, 전차와 수레, 마차가 얽힌 곳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소음과 풍경을 자아냈다. 발터 베냐민은 근대 도시에 대해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감각 중추에 일종의 복잡한 훈련을 강요했다”고 말한다.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익숙해진 근대 도시인들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오락을 원하게 된다.

저자는 1880∼1920년대 멜로드라마를 장르라기보다 일종의 표현양식으로 보며 도덕적 이분법, 폭력, 스펙터클, 강력한 감정이입 등을 두루 갖춘, 모더니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멜로드라마는 프랑스혁명 직후 저가 극장이 생기면서 상연되기 시작했다. 줄거리에는 빈곤, 고용불안, 주거불안 등 근대 도시에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이 반영됐다. 사람들은 역경을 극복하는 주인공을 보며 과거의 도덕이나 질서가 무너진 근대에도 여전히 고차원적인 도덕적 힘이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자동차레이싱, 말 타기를 비롯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행동을 여성에게 맡긴 ‘시리얼 퀸 멜로드라마’들은 근대 이후 여성해방의 경향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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