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오목한 미래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1분


교통-통신-노동 융합한 미래상품은

피터 드러커는 “미래학자들은 사전에 어떤 일을 예측하는 것은 잘하지만 항상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않았던 또는 어쩌면 예측했을지도 모르는 근본적인 변화들”이라고 말했다. 초점이 없이 ‘어떤 일’에 대해 예측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중국의 부상이라든지, 유럽의 미래라든지, 정보통신의 미래와 같은 주제를 근본적인 변화를 찾아야 하는 사례로 들었다.

이 책은 정보통신 분야의 미래를 주제로 삼았다. 정보통신 분야에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전문가도 많고 학자도 많지만 국내 정보통신 분야를 직접 자세히 들여다본 전문가의 책은 그리 흔치 않다.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저작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지만 정보통신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자라난 전문가가 용기 있게 제시하는 정보통신의 미래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세계는 점점 좁아져 오목해지고 있다고 본다. 사이버 세계에서 보편화된 거리의 소멸이 현실 세계로 확산되지만 인간의 육체는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욕망과 현실의 괴리’ 현상이 심화되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미래 사회의 특성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이러한 오목한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욕망은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세상 누구와도 접속하고 모든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전지성(全知性), 이 순간 다른 장소에도 존재하고 싶은 편재성,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나의 행복을 위해 마음껏 제어하고 싶어 하는 시간 정복 등이 새로운 욕망이다. 구글은 전지성에 도전해 성공한 서비스이고, 휴대전화 메신저 화상회의 등은 편재성이라는 코드를 충족시킨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햄버거 가게에서 고급커피를 팔고, 편의점에서 DVD를 대여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시간의 정복이란 목표를 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휴대전화 인터넷에 이어 새로운 소비자의 욕망을 채워줄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일까. 저자는 교통과 통신 그리고 노동의 융합에서 그 답을 찾는다. 원래 교통과 통신은 역사적 근원과 기능성에서 사실상 같고, 가까운 미래에 둘이 서로 융합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융합에 기동성과 양방향 통신을 갖춘 로봇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래의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1인칭 시각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종의 휴먼미디어가 등장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단지 하나의 새로운 상품이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업과 경영은 물론 교육과 언론도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이러한 서비스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고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부족해 아쉽다.

저자는 정보통신 분야의 트렌드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정보통신정책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혁명은 완성되었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접목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면 된다고 보는 현 정부의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정보통신혁명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 자체가 새로운 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저작들이 꾸준히 등장해 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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