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골프 강국이지만 미국LPGA투어에서는 약소국이다. 올 시즌 한국 선수는 47명이 뛰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야자토를 비롯해 4명에 불과하다. 일본 선수가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9년 2승을 거둔 후쿠시마 아키코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지난주 신지애를 비롯해 올 시즌에만 4승을 합작했다.
한국 주니어 선수들은 미국LPGA투어를 '꿈의 무대'로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남의 잔치로 여기는 듯하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가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해외 진출을 노릴 이유가 없어서다. 올 시즌 JLPGA투어는 34개 대회가 열리며 총 상금은 29억2044만 엔(약 382억 원)에 이른다. 미국LPGA투어는 29개 대회에 총 상금은 5140만 달러(약 651억 원).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는 19개 대회에 70억 원 정도다.
미국 전역을 도는 투어 경비가 연간 3억 원을 웃돌며 언어 장벽 등을 따지면 오히려 자국 투어가 더 실속이 있다는 게 일본 선수들의 생각이다. 일본의 골프용품업체 던롭의 프로골퍼 매니저 히로세 요시토요 씨는 "일본 프로들은 한국 프로들보다 미국 진출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 일본에서 최고가 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전미정은 "여자프로골프의 인기가 정말 높다. 갤러리가 많고 스폰서도 많이 붙는다. 대회마다 이동 거리가 짧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편하게 장비를 옮길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 골프 시장의 규모는 1500억 엔(약 1조9500억 원)으로 한국(6000억 원)의 3배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처럼 미국에서 성공시대를 연 개척자가 드문 것도 일본 선수들의 시선을 자국 내에 머물게 하는 이유로 보인다. 일본과 미국 투어에서 연이어 신인상을 차지한 한희원의 아버지 한영관 씨는 "미국이 도전과 명예의 상징이라면 일본은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