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 숏다리, 실명…그들에게 弱은 藥이었다

  • 입력 2009년 7월 3일 15시 50분


박지성-곽희주-곽태휘. 동아일보 자료사진.
박지성-곽희주-곽태휘.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미현-남현희-여오현.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미현-남현희-여오현.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는 어린 시절 평범했다. 아니 축구 선수 가운데는 연약한 편에 속했다. 수원공고 1학년 때 키는 158cm에 불과했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축구 선수에게 약점인 평발도 단점이었다. 학창시절 그를 본 감독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일단 몸부터 만들고 오라". 지금도 그의 체격은 남다르지 않다. 키 175cm에 몸무게 71kg. 그러나 그는 지금 '평범한' 수준을 넘어 '특별한' 선수가 됐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축구의 '심장'으로 우뚝 섰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얘기다. 스포츠 스타 가운데는 이처럼 부족한 신체 조건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가 많다.

축구선수 중에는 박지성 외에 곽희주(28·수원 삼성)와 곽태휘(28·전남 드래곤즈)가 있다. 이들은 한 쪽 눈을 실명했다. 나머지 한 쪽 눈에만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노력으로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여자 골프 김미현(32·KTF)은 대표적인 '땅꼬마' 선수다. 키가 157cm에 불과하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비거리(공이 날아 간 거리)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 일명 '꽈배기 스윙'으로 불리는 그만의 스윙을 계발했다.

여자 펜싱 남현희(28·서울시청)도 불리한 몸을 극복했다. 펜싱은 종목 특성상 팔다리가 길어야 유리하다. 그러나 키 154cm의 '땅콩 검객' 남현희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신의 유럽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신체적인 약점을 반 박자 빠른 스피드로 극복했다.

프로배구에는 여오현(31·삼성화재)이 유명하다. 그는 한국배구연맹에 등록된 남자 선수 가운데 키(175cm)가 가장 작다. 하지만 80%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로 '월드 리베로'로 거듭났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딛고 일어선 스타들의 공통점은 '성실함'이다. 박지성의 에이전트는 "박지성은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며 "타고났다는 체력도 사실 노력으로 다져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소속팀에서도 '따로 관리가 필요 없는 선수'로 분류된 모범 선수다.

김미현은 "노력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초등학생 때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12바늘을 꿰매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참을성이 뛰어나다. 남현희 역시 별명이 '독종'이다. 그의 엄청난 훈련량을 본 선수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나윤수 송호대 교수(생활체육과)는 "이들의 성공스토리를 말할 때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가 땀과 눈물"이라며 "스포츠의 다른 이름이 '감동'인 이유도 이처럼 핸디캡을 극복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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