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방지? 글쓰기능력 키워주기 먼저”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 사고와표현학회, 내일 ‘대학생 연구윤리 확립’ 학술대회

‘0점 처리’부터 학위 취소까지
美대학 처벌, 체계적이고 다양

지난해 2학기 서울대의 리포트 공모대회에서 한 학생이 표절한 리포트로 우수상을 받은 사실이 1일 밝혀졌다. 이로 인해 대학가에 만연한 표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대학생들의 표절과 연구 윤리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등 사고와 표현에 대한 연구를 목표로 2007년 창립된 한국사고와표현학회는 4일 오후 1시 반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글쓰기 교육을 통한 대학생 연구윤리 확립’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이 자리엔 국내외 학자 10여 명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가한다.

미국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영작문을 가르치는 조제희 교수는 ‘글쓰기 부정행위에 관한 처벌 규정과 사례-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조 교수가 소개한 미국 대학들의 표절에 대한 처벌은 ‘0점 처리’부터 ‘학위 취소’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다양하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는 올해 초 리포트 표절로 상벌위원회에 두 번째 불려온 학생에게 교내 봉사를 명령하고, 표절 근절에 관한 개인 교습을 받도록 했다. 이 학생은 웹사이트에서 복사한 글을 살짝 고친 뒤 리포트로 썼다가 적발됐다.

프린스턴대에선 2005∼2006학년도에 한 학생이 두 과목에서 연속으로 표절 행위를 저질러 2년 유기정학에 처해졌다. 4학년 학생 한 명은 표절뿐만 아니라 과제 제출 과정에서 몇 차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졸업이 6개월 유보됐다.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헤핑 자오 교수(영문학)는 발표문 ‘부정직한 학문 방법, 표절’에서 2008∼2009학년도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던 S라는 학생이 웹사이트에서 구입한 자료를 인용해 과제를 두 번 냈다가 적발됐다. 학교는 △해당 과제에 0점을 매길 것 △C학점 이하를 주고, 재수강 기회를 박탈할 것 △교수에게 사과문을 제출하도록 할 것을 결정하고 한 번 더 표절하면 퇴학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미국 대학들은 표절의 정의와 처벌 내용을 학칙에 밝혀 놓고 있으며 입학할 때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기도 한다”면서 “표절 행위는 학내 다른 범법 행위와 같은 수위로 처벌한다”고 전했다.

가장 심한 처벌은 졸업생의 학위 논문이 표절로 밝혀졌을 때 내리는 ‘학위 취소’다. 조 교수는 “2002년 11월 버지니아대에서 일어난 표절 사건으로 졸업생 중 3명의 학위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엄격하게 표절을 관리하지만 미국에서도 학생들의 표절은 증가 추세다. 자오 교수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1900년대 중반에는 학생 20% 정도가 표절 사실을 시인했는데 2002년에는 50%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던일리노이대의 경우, 징계위원회에 보고된 표절 의심 사례가 2006∼2007년 140여 건에서 2007∼2008년 206건으로 늘었다. 이런 증가 추세는 인터넷의 발달 때문으로 풀이됐다.

대학생들의 표절에 대한 사후 처리보다 예방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원 서울대 강의교수는 발표문 ‘함께 읽기와 동료 비평을 통한 글쓰기 수업’에서 “글쓰기 윤리에 대한 강조가 표절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아쉽다”면서 “베낀 것을 처벌하기에 앞서 베끼지 않고 글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의 인문학 글쓰기 과정을 소개했다. 수강생이 한 학기 동안 자기소개 글, 감상 에세이, 주제 에세이 등 3편의 글을 쓰고 이에 대해 동료 학생들이 비평하는 수업이다. 이 교수는 “인용이나 출처 표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비평자들은 어디까지가 글쓴이의 생각인지 묻는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답변을 해야 하고 결국 수정 글에선 인용 방식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