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역은 저마다 미지를 품고 있다. 그리고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인연이 닿는 승객들에게는 온전히 자신의 꿈을 드러내줄 것이다. 그렇게 믿었기에 난 항상 기차를 동경했다. 특히나 어린 시절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차는 ‘은하철도 999’였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 몸을 찾아 그 만화영화의 주인공은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의 끝까지 달려간다. 그리고 중간 중간 기착하는 행성들에서 많은 생명을 마주치며 이 우주에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바르고 강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자신 안에서 은하계를 의식하고 그에 따라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하계를 포용하는 투명한 의지, 그리고 거대한 힘과 정열이다.” 이 만화영화의 원작자인 미야자와 겐지는 그 자신의 고단한 인생 역경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이 동화작가의 낙관주의는 인생의 다함없는 슬픔 속에서 피어났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여 바다 건너 우리 한국인의 심성에도 뭉클하게 젖어든다. 나는 요즘 같은 여름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세기 전 순박한 이상주의자가 바라본 그 무한한 시공을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란 기차를 타고 미지의 내일을 맞닥뜨리는 편도여행이다. 우리는 이 여행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새롭게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인생을 배운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소중하기에 다른 사람의 여행 역시 애틋하다. 그렇게 타인의 꿈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다. 지금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은하철도의 궤적이 은하수를 따라 보일 것만 같다. 그럼 이렇게 속삭이고 싶을 것이다. 안녕, ‘은하철도 999’, 고마워요, 미야자와 겐지!
조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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