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간호섭 홍익대 교수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신인 패션 디자이너들이여 명동 눈스퀘어로 다 모여라
내달 첨단 패션숍 문열어
세계적 브랜드와 경쟁
‘한국옷의 세계화’ 도전

서울 중구 명동 도심 한복판의 메가 쇼핑몰인 ‘눈스퀘어’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2480m²(약 750평)의 패션매장이 다음 달 말 들어선다. 이 일을 주도하는 사람은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39). 올 2∼4월 방영된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지도했던 그가 ‘디자인 꿈나무’들을 위해 또 한번 ‘큰일’을 벌인 것이다.

눈스퀘어는 지난달 말 일부 매장 영업을 시작으로 다음 달 말 정식 오픈한다. 이곳의 빌딩 관리를 맡은 영국계 부동산컨설팅회사 ‘새빌스코리아’의 이호규 회장이 8개층 쇼핑몰인 이곳의 5층을 ‘레벨5’로 이름 붙인 뒤 간 교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모신’ 것.

1일 눈스퀘어에서 만난 간 교수는 “그동안 서울 동대문의 두타와 제일평화시장 등을 다니며 레벨5에 입점할 역량 있는 신인 디자이너 30여 명을 추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인큐베이팅 랩(Lab)’이란 공간도 마련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도전했던 참신한 디자이너들의 옷을 소개할 예정이다. 상담 부스에선 자신의 옷을 팔고 싶어 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의 신청도 받는다. 국내 처음으로 눈스퀘어에 매장을 여는 스웨덴 ‘H&M’을 비롯해 스페인 ‘자라’ 등 세계적 브랜드들과 국내 신인들이 한곳에서 경합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는 교수란 본업 외에도 대외적 활동이 많아 ‘멀티페서(multifessor)’로 불린다. 지난달엔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주에’가 국내 아티스트 15명과 협업한 디자인 전시회에서 이 술병의 모티브인 아네모네꽃을 수놓은 한국 전통의 족자 모양 드레스를 선보였다. 족자 천을 사용한 이 옷의 가슴 부분엔 발광다이오드(LED)도 넣었다.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한국 옷의 세계화’를 꾀하려는 시도다.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30대 젊은 교수인 그의 모습은 국내 거장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를 떠올리게 한다. H&M이 국내에 진출하게 된 데는 그가 주한 스웨덴대사관 측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노력이 뒷받침됐다. 올 2월에는 태국 시암박물관에서 한-태국 수교 50주년 기념 디자인 전시회도 열었다. 4월엔 세계 1위 통신판매회사인 독일 오토가 간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는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와 손잡고 ‘오토와 홍익의 만남’을 주제로 패션쇼를 열었다. 여기에서 선보인 옷들은 지금 세계 각국으로 팔리고 있다.

눈스퀘어 창문 밖으로 롯데백화점 명품관을 내려다보며 그는 말했다. “한국은 패션 기반이 약해 외국 브랜드들이 점령해 버렸어요.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없어 역량을 펴지 못하는 국내 젊은 패션학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패션 교수로서의 제 사명이에요.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더 많은 한국 디자이너가 이름을 날려야 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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