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LPI 하이브리드, 日製만 못하다고?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 현대·기아차, 아반떼-포르테 LPI 출시 앞두고 적극 반박

○ 기술 발전에 한계?
친환경 차 진화에 필요한 핵심기술 이미 확보
○ 내수용?
호주-벨기에-이탈리아 등 LPG 쓰는 나라에선 문의 쇄도
○ 휘발유車와 연비 비슷?
연비 아닌 연료비 따지면 경제성 훨씬 좋아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이 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다음 주 ‘아반떼 LPI(액화석유가스 방식) 하이브리드’와 다음 달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출시를 앞두고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상품 설명회를 열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만든 일반 판매용 국산 친환경차가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의 LPI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서는 그동안 관심이 컸던 만큼 ‘일본 경쟁모델에 비해 기술이 많이 떨어진다’거나 ‘수출도 못하는 국내용이 아니냐’ 등 우려와 비판도 많았다. 회사 측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그동안의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독자 개발로 핵심 기술 확보”

일각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의 ‘원조(元祖)’인 도요타의 관련 특허를 피하기 위해 LPI 타입으로 개발했으며, 이 때문에 앞으로도 기술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액화석유가스(LPG) 연료를 쓰기 때문에 수출이 어려운 ‘내수용’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공식 연료소비효율(연비)이 L당 17.8km로 발표되자 “휘발유 차량과 별 차이가 없다”는 푸념도 나왔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설명회에서 이런 지적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기상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개발실 상무는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휘발유 기반 차량에 국한해 가진 게 아니다”라며 “도요타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LPI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개발 목표가 ‘도요타 쫓아가기’가 아니라 독자 기술 개발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모터, 배터리, 인버터, 직류변환장치 등 4가지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비롯해 앞으로 친환경차량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든 꼭 필요한 기술들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휘발유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추진했지만 우선 국내 실정에 맞게 ‘유지비가 적게 드는 차’라는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연료를 LPG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 연료비로 비교하면 차이 크게 나

현대·기아차는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당장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이라 해도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이 작아 대량으로 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이지 오직 ‘내수용’이라는 비판은 당치도 않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주장이다. 실제로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등 LPG 차량이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수출 요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내년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연비에 대해서도 “연료 1L로 얼마나 갈 수 있느냐를 보지 말고 같은 연료비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LPG 가격이 휘발유의 45% 수준인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현재 서울∼부산 왕복에 연료비 3만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휘발유 기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도 경제성이 높다. 휘발유 1L를 주유할 수 있는 1600원으로 LPI 하이브리드 차량은 약 38km를 갈 수 있다. 연간 2만 km를 달린다고 할 때 LPI 하이브리드 차량은 연료비가 85만 원에 불과한 반면 경쟁 차량인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는 141만 원, 동급 휘발유 차량은 연료비가 215만 원가량 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계산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도요타-혼다 가격경쟁 친환경車 개발 불 댕겨

‘도요타와 혼다 맞수 싸움이 친환경차 개발 열기에 불을 댕겼다.’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LPI 하이브리드 차량 상품설명회에서 박동철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사는 최근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친환경 차량 개발 열풍의 요인 중 하나로 도요타와 혼다의 가격 경쟁을 꼽았다.

혼다는 올해 2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인사이트’를 189만 엔(약 2476만 원·최저가격)에 출시했다. 이는 그때까지 도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였던 ‘2세대 프리우스’보다 무려 45만 엔(약 590만 원)이 싼 가격. 인사이트는 출시 두 달 만에 하이브리드 차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발끈한 도요타는 5월 3세대 프리우스를 기존 모델보다 28만 엔(약 367만 원) 싼 205만 엔(약 2686만 원)에 내놨다. 동시에 2세대 프리우스는 혼다 인사이트와 같은 값인 189만 엔으로 값을 내렸다. 프리우스는 5월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다.

박 이사는 두 일본 업체의 할인 경쟁이 하이브리드 차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규모의 경제로 인한 가격 하락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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