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옥 못지않은 ‘한옥 아파트’ 어때요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안마당-툇마루 갖춰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 이제 한옥은 흔치 않다. 서울 남산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촌 등 일부 특별하게 보존 지역이 아니고선 대부분이 재개발을 앞둔 신세다. 그렇다 보니 매물이 쉽게 나오지도 않고, 가격도 결코 만만하진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삭막한 아파트보단 땅의 기운을 좀 더 만끽할 수 있는 한옥에 사는 것을 꿈꾸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구 스타일에 이미 길들어버린 삶의 패턴을 전통 한옥에 맞춰 바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한옥에 사는 기분이라도 내볼까? 조만간 전국 곳곳에 들어설 한옥형 퓨전 아파트를 노려보자. 아니면 별 것 아닌 작은 한옥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만 잘 활용해도 한옥 느낌을 낼 수 있다.

○ 한옥형 아파트가 생긴다

조만간 집 안에 마당과 장독대를 둘 뒤켠이 있는 한옥 스타일의 ‘퓨전 아파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한주택공사는 한옥의 세계화를 목표로 올해 공급할 경기 시흥시 목감지구와 전북 전주시 만성지구 등 일부 아파트에 전통적인 한옥 디자인 요소를 적용할 예정이다. 한옥 가구 대표 구조인 ‘ㄱ’자형와 ‘ㄷ’자형을 기본으로 설계한 한옥식 아파트로 안방과 서재가 있는 기존 구조 대신 안마당과 사랑방, 누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전용면적 134m²(약 40.6평)형에는 거실 자리에 방만한 크기의 마루가 들어가고 사랑방과 마루 사이엔 툇마루까지 들어선다. 84m²(약 25.5평)형과 59m²(약 17.9평)형은 현관을 열면 바로 마당이 나와 툇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구체적인 인테리어는 입주자가 취향에 따라 직접 고를 수 있다. 중장년층을 위한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젊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퓨전 디자인이 골고루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문짝과 벽에는 전통 문양을 살린 디자인을 입힐 계획이라 하니 아파트지만 전통 한옥에서 사는 느낌은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파트 전체 벽체와 지붕도 한옥 스타일로 꾸며진다. 특히 저층부에는 돌 기단(전통적으로 건물을 지하수로부터 격리하고 지열을 방지하기 위해 터보다 한 층 높게 쌓은 단)이나 화방벽, 골목길 등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된다.

○ 한옥 인테리어

때론 작은 인테리어 소품 하나가 집안 분위기를 오묘하게 바꿔놓는 힘을 발휘한다. 전통 문살이나 벽지만으로도 지극히 현대적이던 집안을 전통 느낌이 나게 바꿔놓을 수 있다.

실내에 전통 창호 하나만 더해도 한옥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는 살아난다. 시스템창호 전문기업인 이건창호는 전통 문양 창살 디자인을 입힌 ‘전통한식 시스템창호’를 선보였다. 완자살과 용자살 등 전통 한식 창호 디자인을 재해석해 만든 이 제품은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우수 디자인 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식 창 고유의 길고 좁은 폭을 살리고자 기존 창보다 목재를 얇게 썼고 손잡이도 문고리 디자인을 응용했다.

G마켓 가구 코너엔 한옥 인테리어 상품만 500여 개가 올라와 있다. 한옥에서 막 떼어온 듯한 모양의 문짝이나 창문은 그냥 벽에 액자처럼 걸어서도 쓸 수 있어 인기다. 불을 켜면 마치 한옥 방 안에 초를 켜놓은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벽걸이 원목등도 있다. 은은한 솔 향과 부드러운 원목 질감을 살린 좌식 ‘솔마루 원목 좌탁’도 한 주에 1000개 씩 팔려나간다. 가죽 소파 대신 평상 느낌을 살린 ‘통원목 소파’나 오동나무로 만든 전통 쌀뒤주도 인기 품목이다. 조수현 G마켓 가구팀장은 “최근 한옥형 주택에 대한 젊은 층들의 관심이 늘면서 내부 공간만이라도 한옥풍으로 꾸미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