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한나라, 헌정사를 ×칠”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노동부는 노동계층 압박부… 없애버려야”
한나라 “비정규직 해고는 ‘추미애 실업’이다”

“대한민국 국회를 전 세계에 웃음거리로 만드는, 50년 헌정사를 ‘×칠’하는 행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사진)이 2일 의원총회에서 거친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전날 환노위에서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데 대한 상황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추 의원은 “유치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논평할 가치도 없고 법적 의미도 없지만 정치적 의미는 굉장히 중대하고 심각하다”며 “의회민주주의를 거덜 내고 파탄 내려는 시도였다”고 맹비난했다. 추 의원은 노동부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간판만 노동부이지 노동계층 압박부다. 이런 노동부라면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 의원 69명 가운데 20명가량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머지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일각에선 “발언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감정이 너무 격한 나머지 ‘먹칠’이라고 해야 될 말이 잘못 튀어나온 것 같은데…”라고 혀를 찼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의원이 지난달 30일 비정규직법 상정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쇼하러 온 것이냐” “날치기 명분 축적하러 왔느냐”는 말을 쏟아낸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무리 안 원내대표가 잘못했더라도 연장자이고, 선수(選數)가 높은데…, 좀 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에도 추 의원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은 매번 “해도 너무한다”라는 비판을 샀다. 5월 19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뉴 민주당 플랜’ 초안에 대해 “한나라당 2중대인지 착각할 정도”라고 비난했다가 동료 의원들에게 “민주당을 모독하는 언행”이란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에서도 추 의원을 겨냥한 비난이 쏟아졌다. 안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정규직 실업사태는 추 위원장이 비정규직법을 수개월간 상정조차 하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이를 ‘추미애 실업’으로 부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려고 애쓰는 서민 밥줄을 끊어야 되겠느냐”며 “추 위원장은 국회법을 부정하고 법안 상정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법안 상정은) 불가피하고 정당한 절차였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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