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이천수의 퇴출, ‘불신’이라는 상처만 남기고…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올 초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을 설득해 임의탈퇴 선수인 이천수를 영입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박 감독이 선수 생명이 위험한 이천수를 살리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천수는 지난달 28일 팀을 무단이탈해 또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이제 그는 외국 리그에선 뛸 수 있지만 K리그에선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다.

이천수는 최근 원 소속 구단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가 자신을 사우디로 이적시킬 것을 암시했다. 이천수를 임대해 쓰고 있던 전남은 계약기간 1년이 끝나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 절차상 필요한 게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곧바로 경기 출전을 거부하며 팀을 이탈해 버렸다.

이천수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2003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제대로 활약하지 못해 누만시아로 임대됐고 결국 2005년 울산 현대로 돌아왔다. 울산 관계자는 “레알 소시에다드로부터 받기로 한 이적료 42억 원은 이천수가 계약조건을 지키지 못해 3분의 1밖에 못 받았다. 그런데도 당시 이천수가 하도 울고불고 매달려 다시 받아줬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울산에서 몸이 회복되자 2007년 페예노르트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1년 만인 지난해 8월 수원으로 임대돼 다시 국내로 복귀했다.

이천수는 팀을 옮길 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모두 말뿐이었다. 무엇보다 이천수는 이 과정에서 축구 선후배와 팬들에게 불신이라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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