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입담 - 몸짓에 동료들은 뒤집어진다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파마머리… 홈런축하 망치질… 앗싸! 승리자축…‘우리는 더그아웃 치어리더.’ ① 아줌마 파마머리 가발을 쓴 KIA 서재응(오른쪽)이 1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홈런을 친 김상현과 가슴을 맞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② LG 정성훈(가운데)이 지난달 23일 히어로즈와의 잠실경기에서 홈런을 친 안치용의 뒤를 쫓아가며 머리에 망치질을 하고 있다. ③ 삼성 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달 24일 한화와의 대구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응원단상에 올라가 치어리더와 흥겨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파마머리… 홈런축하 망치질… 앗싸! 승리자축…
‘우리는 더그아웃 치어리더.’ ① 아줌마 파마머리 가발을 쓴 KIA 서재응(오른쪽)이 1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홈런을 친 김상현과 가슴을 맞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② LG 정성훈(가운데)이 지난달 23일 히어로즈와의 잠실경기에서 홈런을 친 안치용의 뒤를 쫓아가며 머리에 망치질을 하고 있다. ③ 삼성 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왼쪽)가 지난달 24일 한화와의 대구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응원단상에 올라가 치어리더와 흥겨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뽀글뽀글 파마머리 서재응
어눌한 한국말 에르난데스
‘개그맨’ 정민철-송지만
4차원 익살꾼 정성훈 등
분위기메이커로 동료에 인기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린 1일 대구구장. KIA 김상현이 6회 2점 홈런을 날리자 동료 서재응이 더그아웃 앞에서 가슴을 맞대는 세리머니로 그의 시즌 열 번째 홈런을 축하했다. 근데 어째 서재응의 머리 모양이 이상했다. 아프리카 원주민 헤어스타일 같기도 한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머리였다. 가발을 썼던 것이다.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들도 배꼽을 잡았다. 서재응은 이런 식으로 동료들을 웃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다.

재미있는 행동이나 표정,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동료들을 즐겁게 하는 ‘더그아웃 치어리더’는 또 누가 있을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삼성 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는 동료들 사이에서 ‘완전 괴짜’로 불린다. 일단 헤어스타일부터 튄다. 선수들은 185cm, 113kg의 큰 덩치에 우스꽝스러운 브로콜리 머리 모양을 한 에르난데스와 눈만 마주쳐도 실실 웃는다. 어눌하지만 짧고도 분명한 그의 한국어 발음은 ‘웃음 작렬 전매특허’다. 친한 동료 박석민은 ‘퇘지(돼지)’, 장난기가 좀 더 동하면 선동렬 감독까지 “헤이 썬” 하고 불러버린다. 팀이 실점하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시늉을 한다.

상대팀 선수 품평도 주무기. 지난달 롯데 이인구를 보고는 “촤암(참) 못생겼다”고 말해 주변에 있던 선수들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이런 에르난데스를 두고 선 감독은 “야구를 잘해야지…”라며 마뜩잖아 했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동료들은 야구도 못하면서 인상까지 구기고 있는 것보다는 웃기기라도 하는 게 고맙다는 반응들이다.

SK 이호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입담꾼.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를 동료들이 축하해 주자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에이, 오늘도 1점짜리 솔로여. 쯧쯧” 하며 홈런에 더해 웃음 보너스까지 동료들에 안기는 식이다. 투수들에게는 종종 “(정)경배 형 얼굴 쳐다보지 마. 웃겨서 스트라이크 못 던져”라는 말로 웃기기도 한다. 이런 이호준을 두고 동료 김재현은 “입담 고과를 따로 매겨 연봉을 더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4차원의 사나이’로 불리는 LG 정성훈도 빠지지 않는 익살꾼이다. 정성훈은 주로 몸으로 웃기는 스타일이다. 어떤 때는 볼넷을 얻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한다. 더그아웃에서는 “쟤 왜 저래” 하면서 실소가 터진다. 3루수인 그는 뻔한 파울 타구를 잡고서도 아무 이유 없이, 정말 진지한 폼을 하고 1루로 송구한다. 동료들은 “쟨 왜 자꾸 헛심을 쓰지”라며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래도 웃는다.

한화 투수 정민철은 개그맨 안상태의 안어벙 캐릭터 흉내 내기가 전매특허다. 누가 옆에서 “오늘 공이 좀 괜찮은 거 같은데” 하면 그는 “음∼ 비결은 아마도 연습?” 하면서 말꼬리를 살짝 올린다. 개그맨 배칠수와 1972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정민철을 두고 주변에서는 은퇴 후 개그맨으로 나서도 손색없을 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히어로즈 송지만도 개그맨 성대모사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우는 부류다. 블랑카 캐릭터로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애환을 웃음으로 엮어냈던 개그맨 정철규 목소리 흉내를 잘 낸다. 삼진을 당하고 머쓱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동료를 향해 송지만이 필살기 한 방을 날린다. “이게 뭡니까. 삼진 나빠요.” 옆에 있던 동료들은 모두 쓰러진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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