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위기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소 총리는 당정 개편으로 정국 분위기를 일신한 다음 중의원 해산과 총선에 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1개월 임기의 새 인물을 등용하는 잔꾀가 통하겠느냐”는 비판이 거세고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町村)파가 자파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 교체 방침에 반발하는 바람에 당직 개편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결국 그는 1일 장관급 자리 가운데 두 곳만 새로 인선하는 최소한의 보충인사에 그쳤다. 이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자 당에서는 총재 교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야당은 총리가 정국 운영 능력을 상실했다며 불신임안을 제출할 태세다.
5월 취임 후 탄탄대로를 달려온 하토야마 대표는 최근 거액의 정치자금 보고서 허위기재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했지만 언론은 연일 “해명이 불충분하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자민당은 검증팀을 구성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당은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가슴 졸이고 있다.
○ 재벌급 경제력
아소 가문은 후쿠오카(福岡) 현의 유명한 재벌이다. 부친은 아소탄광을 경영했고 아소 총리는 32세에 아소시멘트 사장을 지냈다. 병원 볼링장 등 사업장도 많다. 아소 총리가 지분을 갖고 있는 ‘아소 본가’의 후쿠오카 자택은 무려 6만6000m²로 다실과 창고 등 건물만 29동이다. 아소 총리는 또 도쿄(東京)의 금싸라기 지역인 시부야(澁谷)에 대지 2489m² 규모의 자택을, 나가노(長野) 현에 2215m² 규모의 별장을 갖고 있다. 2003년엔 도쿄 부동산을 6억8000만 엔(약 89억 원)에 팔아 부채 4억 엔을 갚는 등 현금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어머니가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장녀다. 1993년 사망한 부친은 자녀들에게 152억 엔의 유산을 남겼다. 하토야마 대표는 예금액만 12억 엔이 넘는다. 도쿄엔 대지 679m², 지역구인 홋카이도(北海道)엔 1000m² 규모의 자택이 있으며, 나가노 현 별장은 7200m²나 된다. 1996년 민주당 창당 때는 약 10억 엔의 창당자금을 당에 빌려주기도 했다. 어머니 소유의 도쿄 하토야마회관은 정치 행사가 자주 열리는 유서 깊은 곳이다.
○ 총리의 손자
두 사람은 조부 또는 외조부가 총리를 지낸 세습의원이다. 다음 총선을 두고 ‘총리 손자 대결’이라는 시니컬한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소 총리는 일본 현대정치의 기틀을 다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의 외손자이고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의 사위다. 집안에서 배출한 총리만 3명인 셈. 하토야마 대표는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는 외상을, 증조부는 귀족원을 지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