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하토야마, 닮은 꼴 3가지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일본의 차기 총선을 지휘할 여야 수뇌가 정치적 입지와 자라난 환경, 집안 배경이 너무 닮은꼴이어서 관심을 끈다.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내로라하는 정치 명문가에다 재벌가라는 공통점 외에 현재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점까지 똑같다.

○ 정치적 위기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아소 총리는 당정 개편으로 정국 분위기를 일신한 다음 중의원 해산과 총선에 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1개월 임기의 새 인물을 등용하는 잔꾀가 통하겠느냐”는 비판이 거세고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町村)파가 자파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 교체 방침에 반발하는 바람에 당직 개편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결국 그는 1일 장관급 자리 가운데 두 곳만 새로 인선하는 최소한의 보충인사에 그쳤다. 이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자 당에서는 총재 교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야당은 총리가 정국 운영 능력을 상실했다며 불신임안을 제출할 태세다.

5월 취임 후 탄탄대로를 달려온 하토야마 대표는 최근 거액의 정치자금 보고서 허위기재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했지만 언론은 연일 “해명이 불충분하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자민당은 검증팀을 구성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당은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가슴 졸이고 있다.

○ 재벌급 경제력

아소 가문은 후쿠오카(福岡) 현의 유명한 재벌이다. 부친은 아소탄광을 경영했고 아소 총리는 32세에 아소시멘트 사장을 지냈다. 병원 볼링장 등 사업장도 많다. 아소 총리가 지분을 갖고 있는 ‘아소 본가’의 후쿠오카 자택은 무려 6만6000m²로 다실과 창고 등 건물만 29동이다. 아소 총리는 또 도쿄(東京)의 금싸라기 지역인 시부야(澁谷)에 대지 2489m² 규모의 자택을, 나가노(長野) 현에 2215m² 규모의 별장을 갖고 있다. 2003년엔 도쿄 부동산을 6억8000만 엔(약 89억 원)에 팔아 부채 4억 엔을 갚는 등 현금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어머니가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장녀다. 1993년 사망한 부친은 자녀들에게 152억 엔의 유산을 남겼다. 하토야마 대표는 예금액만 12억 엔이 넘는다. 도쿄엔 대지 679m², 지역구인 홋카이도(北海道)엔 1000m² 규모의 자택이 있으며, 나가노 현 별장은 7200m²나 된다. 1996년 민주당 창당 때는 약 10억 엔의 창당자금을 당에 빌려주기도 했다. 어머니 소유의 도쿄 하토야마회관은 정치 행사가 자주 열리는 유서 깊은 곳이다.

○ 총리의 손자

두 사람은 조부 또는 외조부가 총리를 지낸 세습의원이다. 다음 총선을 두고 ‘총리 손자 대결’이라는 시니컬한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소 총리는 일본 현대정치의 기틀을 다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의 외손자이고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의 사위다. 집안에서 배출한 총리만 3명인 셈. 하토야마 대표는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가 할아버지이고 아버지는 외상을, 증조부는 귀족원을 지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