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주화 상징’ 아키노 前대통령 위독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암치료 중단… 영양공급 거부”

1980년대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76·사진)이 위독한 상태라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지난해 결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온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주 증세가 악화돼 입원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마르가리타 주이코 전 비서관은 그가 화학요법 등 암 치료를 모두 중단했으며 코를 통한 영양공급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위인 마놀로 아벨라다 씨도 “(상태가) 좋지 않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라고 1일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 언론은 아키노 전 대통령이 2일 증세가 다소 호전된 가운데 말로 의사전달을 하는 등 아직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아키노 전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였던 남편 베니그노 의원이 1983년 암살당하자 필리핀 민주화 혁명을 이끌었다. 그는 남편을 대신해 ‘피플 파워’로 불린 비폭력 무혈혁명에 나서 마르코스 독재를 종식시켰고 1986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당시 필리핀 민주화 운동은 한국 태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92년 물러난 뒤 복지재단을 설립해 대외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지난해 병세가 악화되기 전엔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아키노 전 정부 각료 출신 인사와 지지자들은 1일 마닐라 소재 그린벨트 성당에 모여 그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특히 아키노 전 대통령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씨는 2일 자신의 80회 생일을 기념하는 미사에서 “아키노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멜다 씨는 아키노 전 대통령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아키노 전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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