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갈수록 ‘공포선’?

  • 입력 2009년 7월 3일 02시 59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예전에 쓰던 자외선차단제가 요즘엔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이은정 씨는 올 들어 자외선차단제를 더 자주 바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 직원 김윤회 씨도 “근래 들어 자외선차단지수(SPF)가 높은 화장품의 판매비중이 높아졌다”며 “몇 년 전만 해도 SPF 20과 30 제품이 주로 팔렸지만 요즘은 50이 넘는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SPF 수치가 올라갈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

최근 2년간 지수 높아져… 올여름도 ‘비상’
실내 있어도 피해… “차단제 자주 발라야”

사람들이 단순히 ‘센’ 자외선차단제를 찾는 걸까. 실제로 국내 자외선 지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해 자외선 지수가 평년보다 16%나 높았다고 6월 말 발간한 ‘2008 지구대기감시 보고서’에서 밝혔다.

○ 2007년부터 자외선 지수 상승

자외선 지수는 전체 자외선 중 피부에 붉은 반점을 만드는 홍반자외선(자외선B) 값을 알기 쉽게 0∼12로 환산한 것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자외선도 강하다. 자외선 지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줄다가 2007년부터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자외선 지수는 2004∼2007년 평균보다 16%나 높아지는 등 큰 폭으로 뛰었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의 이영호 씨는 “지난해는 한반도 상공에서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줄었을 뿐 아니라 비 내리는 날도 평년보다 적어 자외선 지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B는 대기 위쪽에 있는 오존층을 지나며 95% 정도 흡수된다. 하지만 서울 상공의 오존량은 1988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전반적으로 늘었다가 2006년부터 다시 감소하고 있다. 오존층을 통과하는 자외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오존층을 통과한 자외선이라고 다 땅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자외선 양이 준다. 그러나 지난해는 맑은 날이 많아 지표에 그만큼 자외선이 많이 도달했다.

기상청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도 자외선 지수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과장은 “무더위를 가져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일찍 확장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을 것”이라며 “이마저도 한꺼번에 많은 비를 뿌리는 집중호우가 늘어 비 내리는 전체 날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서태평양 바닷물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는 현상이 꼽혔다. 역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서태평양의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가다 식어 그곳에 많은 비를 뿌리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하강 기류가 남아 맑은 날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면 자외선 지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안면도<경포대<제주도

휴가철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평소보다 효과가 큰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것이 좋다. 기상청 보고서에는 남쪽 지역으로 갈수록 자외선 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함께 실렸다. 당연해 보이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정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철 자외선 지수가 ‘매우 강함’으로 나타난 날 수는 강릉이 25일인 데 비해 제주도는 41일로 61%나 더 많았다. 안면도는 16일에 그쳐 자외선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특히 제주도와 목포는 ‘매우 강한 날’이 ‘강한 날’보다 많아 자외선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에 따라 조심해야 할 자외선 종류도 달랐다. 자외선 지수로 표시되는 자외선B는 8월에 가장 높았다. 자외선B를 흡수하는 오존의 양이 6월보다 8월에 더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장이 긴 자외선A(전자외선)는 6월에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자외선 지수가 6을 넘으면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자외선차단제를 꾸준히 바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 정진호 교수는 “우리 몸이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화상이나 피부암, 백내장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실내에 있더라도 파장이 긴 자외선A가 유리창을 통과하므로 해당 자외선을 막는 제품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