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벼랑 끝에 선 비정규직

  • 입력 2009년 7월 2일 17시 00분


◆동아논평: 벼랑 끝에 선 비정규직

우려됐던 비정규직 실직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야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를 놓고 싸움만 하다가 합의에 실패하는 바람에 법이 어제부터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법을 고치지 않으면 이번 달에만 2만~3만 명, 앞으로 1년 동안 수십 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실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여건상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중소기업들도 답답합니다. 숙련된 인력을 내보내고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하니까요.

비정규직 실업대란은 2006년 11월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부터 예상됐습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와 당시 집권당은 대량 해고는 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4월에야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충분한 협상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불릴 정도로 비현실적인 법입니다. 민주당은 2년 전에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것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특히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한국노총, 민주노총과의 합의 없이는 개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지 않겠다며 3개월 동안이나 버텼습니다.

추 위원장이 양대 노총과의 합의를 법안 상정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직무유기이자 의회주의에 대한 부정입니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관련 단체들의 의견과 요구를 듣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법안에 반영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와 의회주의의 기본 아닙니까. 이익단체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면 국회의원은 왜 필요합니까.

여야는 물에 빠진 사람은 일단 구해놓고 볼 일입니다. 어떻게 구할 것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지요.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실직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비정규직법 시행부터 일정 기간 유예한 뒤에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