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대일(1:1) 로봇 제작 붐 왜?

  • 입력 2009년 7월 2일 16시 27분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건담.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건담.
일본 고베시 와카마츠 파크에 설치될 철인28호. 사진 공식사이트
일본 고베시 와카마츠 파크에 설치될 철인28호. 사진 공식사이트
"소싯적 건담 백과를 보고 상상하던 장면이 현실이 됐군요…"

"일본 도쿄에 가면 꼭 오다이바에 가봐야 겠어요."

최근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젊은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관광지가 하나 추가됐다. 아예 '이것'을 보기 위해 일부러 휴가지로 일본을 택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바로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오다이바'다. 이 곳은 마치 우리나라 일산 킨텍스와 같은 전문 전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새로운 지역 명물로 인해 전 세계 '재패니메이션(재팬+애니메니션)'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다이바의 시오카제 공원에 건설된 명물은 다름 아닌 30년 전 시작된 전설의 애니메이션 '건담'이다. 만화에 등장한 건담이 실제 도쿄에 등장한 것이다. 과거에도 로봇은 수도 없이 제작돼 세간의 이목을 끌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더 놀랍다.

일본의 반다이남코홀딩스는 1979년에 방영된 인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 기념사업으로 높이가 무려 18미터, 무게가 약 35톤에 달하는 건담을 일대일(1:1) 실제 사이즈(애니메이션에 등장한 RX-78-2, 일명 퍼스트 건담)로 제작 7월 11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정식 공식 오픈이 안됐고 무릎 아래 부분이 철조망과 바리케이트로 일부 가려진 상태지만 어느새 소문이 퍼져 '오다이바 건담' 주변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일본이 자랑하는 로봇 문화가 현실로

실제로 걷거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겨우 머리 부위가 돌아갈 뿐이다. 그러나 실제 크기에서 표출되는 압도적인 규모감과, 만화에 표현된 장치를 그대로 재현한 디테일로 이미 유튜브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건담의 작동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질 정도다.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소망을 쏟아냈다.

건담은 일본의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도미노 요시유키에 의해 탄생한 가장 대표적인 로봇 캐릭터다. 이제껏 수 없이 명멸해간 일본 만화 로봇 가운데서도 가장 일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단 외모에서부터 무장한 사무라이를 연상시킨다.

단지 필름 속 이미지에 불과했던 로봇이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것에 대한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다. 거대한 로봇에서 뿜어 나오는 영롱한 불빛과 가슴과 발목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색 연기, 그리고 해질녘 석양위에 우뚝 선 듬직한 형체와 땅거미를 따라 길게 늘어선 그림자만으로도 로봇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표현)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 일본 누리꾼은 "미국에 자유여신상이 있다면 이제 일본에는 '오다이바 건담'이 있다"고 소리칠 정도다. 일본 언론들은 7월11일 이후 실제 크기의 건담을 보려는 전 세계 건담 팬들의 방문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1:1 로봇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고베시 와카마츠 파크에는 일본 로봇 아니메의 고전 '철인 28호'와 실제크기 로봇으로 제작돼 오는 8월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 관광객 증대는 물론 일본 이미지 제고

크기는 건담과 동일한 18미터이지만 '철인'이라는 컨셉에 맞게 유조선 등 대형선박을 만드는 과정과 동일하게 제작된 완전 쇳덩이 조형물로 무게만 50톤에 육박한다. 제작팀이 공개한 공식 제작비는 약 18억 원 정도.

고베의 철인 28호는 아예 노골적으로 '관광객 유치'라는 명목을 내세웠고 그에 걸맞은 뜨거운 호응이 일본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진중한 '오다이바 건담'과 달리 조금은 익살스러운 캐릭터인 철인28호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그 제작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자세하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물론 로봇의 메카닉을 구현한 것이 아니라 철을 잘라 용접하고 뼈대를 세워 조립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이지만, 거대한 조형물이 탄생해 가는 과정에 누리꾼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지금은 단순한 철 구조물에 불과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며 '몇 십 년 뒤에는 부드럽게 걷는 것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일본문화가 보유한 막대한 컨텐츠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진정한 스토리 경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이미지까지 첨단으로 포장할 것이라는 찬사도 뒤따른다.

우리나라 누리꾼들 역시 "우리나라도 실제크기 태권V를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일본에서 무조건 따라한다고 비판할 것 같다"며 부러움과 시기심이 겹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 같은 로봇 마케팅이 일본 관광객 증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오다쿠(매니아) 문화'까지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는 일본의 비즈니스 감각은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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