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슬림화, 한국스포츠가 메마른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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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2020 기본계획’ 의미와 파장

국방부의 국군체육부대(상무)의 단계적인 축소 결정으로 각 스포츠 종목 단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국방개혁 2020기본계획’에 따라 비 전투부대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목표 아래 25종목 600여명(지원인력 포함)을 5종목(육상 수영 태권도 사격 바이애슬론) 150여명으로 축소하는 개편 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스포츠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상무를 축소한다는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종목 축소는 한국체육 근간 흔드는 사건

상무는 1984년 창설 이래 지금까지 한국체육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올림픽에서 총 21개, 아시아대회에서 총 38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레슬링, 배드민턴, 양궁, 역도, 탁구 등 비인기 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의무 부담을 해결하며 지속적인 선수생활과 경기력 향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무의 축소는 엘리트 체육이 중심인 한국체육의 근간을 크게 뒤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켜야 하는 선수들이 2년간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하게 되면 선수생활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할 경우 근육이완 등에 문제가 발생해 경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상무에 입대하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일반병으로 근무한 뒤 복귀해 조기 은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무가 5개 종목으로 축소된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체육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프로스포츠에 엄청난 파장 미칠 듯

상무가 폐지를 결정한 종목 가운데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지금까지 상무를 통해 많은 선수들의 병역 의무를 해결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상무를 거쳐 나온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상무가 선수육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특히 축구는 2009년 시즌 들어 상무가 리그 선두를 달릴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상무가 프로스포츠와 관련된 종목을 모두 폐지한다면 국내 프로 스포츠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선수 수급 측면은 물론이고 경기력 면에서도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독일의 경우 1974년 연방군 체육부대를 창설해 500여명의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 뿐 아니라 중국도 각종 군 팀을 유지하면서 국가 체육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무 예산은 국방부의 0.02%%에 불과

상무의 1년 예산은 66억원으로 국방부 연간예산 28조 5326억원의 0.02%%에 불과하다. 상무의 예산을 줄인다고 해서 전체 국방부 예산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와의 협의를 거쳐 상무의 스포츠 종목 축소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상무의 스포츠 종목이 축소된다면 한국체육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스포츠에 많은 예산을 들여 투자했던 것들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무의 유·무형 가치는 1년 예산인 66억원 그 이상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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