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벤치스토리] 재기성공 신철인, 정민태 믿음에 화답

  • 입력 2009년 7월 2일 08시 26분


“코치 자리를 걸어도 좋습니다. 절 봐서라도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히어로즈 정민태 투수코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08년 10월. 새 투수코치로 결정된 그가 막 방출 예정 선수 명단을 받아든 참이었다. 그 안에 선명한 투수 신철인(32·사진)의 이름.

정 코치는 무작정 구단 관계자의 팔을 붙잡았다. 아무리 경험이 일천한 ‘초보’ 코치라 해도, 아까운 후배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될 아이입니다. 딱 1년 만 더 지켜봅시다. 제가 책임지고 재기시키겠습니다.”

신철인은 한참 후에야 이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8개월 전 일인데도, 떠올리기가 무섭게 코끝이 시큰해왔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내 한 몸뿐만 아니라 코치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다른 생각 않고 야구만 해야겠다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은퇴를 눈앞에 뒀던 그는, 그렇게 다시 일어섰다.

○‘쉼표’ 후에 찾아온 또 다른 시작

어깨, 팔꿈치, 허리. 살면서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늘 재활로 이겨냈지만, 2006도하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허리에 철심을 박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그를 향해, 의사는 “다시는 야구를 못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너무 아프니까, 이 통증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인생의 마디마디에,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쉼표를 수없이 찍어온 그다.

고교 시절에도, 졸업 후에도, 프로 데뷔 후에도 늘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고통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통째로 쉬었던 2007년보다 2년째인 지난해가 더 힘겨웠다. 수술 부위는 계속 아팠고, 구속은 올라올 줄 몰랐다. 2군에 머물면서 생각했다. ‘이제는 진짜 몸이 안 되나보다. 그만 하자.’

바로 그 때 김시진 감독과 정 코치가 돌아온 것이다. 현대 시절 동고동락했던 두 스승은 망가져가던 제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어루만졌다.

3년 만에 동참한 올해 전지훈련. 어느 날 지나가던 후배 한 명이 슬며시 말했다. “형, 구속은 똑같은데 살아 들어오는 느낌이 드네요.” 덤덤한 척 고개를 돌렸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바닥을 쳤던 의욕이 다시 솟아올랐다.

신철인은 이제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마운드에 오른다. 3년 전처럼, 감독이 가장 신임하는 불펜 투수 중 하나다. “10년 동안 불펜을 지켰고, 거의 매번 등 뒤에는 주자가 있었어요. 그렇게 자주 해왔던 일인데, 올해는 공 하나하나가 새롭네요.”

그는 더 이상 멈춰 서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마침표를 찍는 그 날까지.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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