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을 들다’ 제작 뒷이야기 “소녀는 왜 눈물로 바벨을 들었을까”

  • 입력 2009년 7월 2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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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여고 역도부 감동 실화 모티브… 영화 속 경기 중 ‘실례’ 실제로 발생

“이 길을 선택한 순간, 너희는 많은 것을 잃게 돼.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야. 여자로서 많은 것을 잃게 될 거다. 외로울 거다, 가슴이 찢어질 거다.” 이런 아픔과 고됨을 딛고 여중생 역사들은 제 몸집보다 몇 배는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린다. 시골 여중생들에게 그것은 곧 희망이었을 뿐이므로.

1일 개봉한 영화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제작 RG엔터웍스)는 어쩌면 그 “많은 것을 잃게 될” 여중생 역도선수들과 이들을 키워내는 코치의 이야기다. 영화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밟으며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우직한 발걸음으로 감동의 정서를 향해 달린다.

‘킹콩을 들다’는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의 메달을 거머쥔 시골 고등학교 소녀 역사들의 이야기를 날줄로, 그들의 코치였던 고 정인영, 김용철, 윤상윤 씨의 사연을 씨줄로 얽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영광을 노리고 있다.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영화의 출발점은?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었다. 2004년 곽 감독의 연출작 ‘태풍’의 조감독으로 현장을 뛰었던 박건용 감독은 곽경택 감독으로부터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역기를 드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감독은 이후 “소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왜 무거운 바벨을 들었을까. 많은 소녀들이 각기 다른 꿈을 꿀 때 왜 그들은 역기를 들어야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스토리를 시작했다.

○‘똥순이’와 붕어즙

‘킹콩을 들다’ 속에서 이제 막 역도를 시작한 주장 ‘빵순이’ 현정(전보미)은 경기에서 ‘큰일’을 치른다. 온 힘이 집중하다 유니폼에 실례를 하는데 이는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역도 선수들은 경기 전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거나 아예 장을 비우고 출전한다. 극중에서는 또 코치(이범수)가 소녀들에게 낚시로 붕어를 잡아 즙을 만들어 먹인다. 면역기능과 저항력을 키워주는 고단백 보양식이기 때문. 영화의 바탕이 된 실화 속 고 정인영 감독도 선수들에게 붕어즙을 자주 달여먹였다고 한다.

○코치는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 실제는?

영화에서 이범수는 88 서울올림픽 67.5kg급에 출전해 부상을 당하고 만다. 부상으로 인해 동메달에 그친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단란주점 웨이터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88 올림픽 당시 실제 동메달리스트는? ‘킹콩을 들다’ 속 이범수와 같은 체급의 동메달리스트는 중국의 리진허이다.

현재 한국 역도 남자대표팀 이형근 감독 역시 당시 동메달리스트. 82.5kg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는 최근 ‘킹콩을 들다’를 본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말 웨이터로 일하며 고생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며 웃는 그는 영화를 관람한 뒤 “현실감 있게 잘 그렸다”고 평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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