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44·사진)이 검찰 직원들 앞에 섰다. 피의자가 아닌 강사 자격이다.
프로농구 전주 KCC를 2008∼2009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뒤 국가대표팀을 맡아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허 감독이 1일 오전 전주지방검찰청 일일 강사로 변신했다.
전주지검의 ‘나가자(나라의 발전, 가정의 행복, 자신의 미래를 위한) 아카데미’의 여섯 번째 강사로 초청된 것. 이 자리에는 전주 KCC 추승균, 하승진 선수가 함께했다.
이재원 검사장을 비롯한 전주지검 직원 70여 명 앞에 나선 허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을 역설했다. 선수 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에 출두했던 그는 “검찰청에 다시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 떨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릴 때는 ‘내가 갈 테니 따라오라’고 명령하는 게 카리스마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서야 선수들과 똘똘 뭉치는 것이 진정한 카리스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이 다른 선수들을 뭉치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안하무인으로 살아왔지만 감독이 된 뒤부터 4년 동안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대화를 통해 선수들과 융화돼 한마음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자신의 ‘좌충우돌’ 선수 생활을 회고하면서 감독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 시절 강한 카리스마만큼이나 주위와 부딪치고 사고도 많이 쳐 ‘독불장군’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선수 때는 상대선수나 심판을 가리지 않고 맘에 들지 않으면 욕하는 ‘무데뽀’ 성격이었는데 감독이 된 후 선수들과 매일 심리전을 벌이는 이 자리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면서 “하승진 선수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심리전을 벌여야 하고 고참인 추승균 선수한테는 밀릴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강연이 끝나고 허 감독과 선수들은 농구 퀴즈대회와 사인회를 한 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허 감독은 용산고와 중앙대를 거쳐 기아자동차, 원주 TG 선수 시절 우승을 몰고 다녀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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