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농구 대통령’이 검찰에 간 까닭은?

  • 입력 2009년 7월 2일 06시 42분


허재 감독은 전주지검 강연에서 ’검찰 앞에 다시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허재 감독은 전주지검 강연에서 ’검찰 앞에 다시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허재 감독, 전주지검 아카데미 일일강사 초청받아
‘소통의 리더십’ 특강… “잇단 우승 원동력은 융화”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44·사진)이 검찰 직원들 앞에 섰다. 피의자가 아닌 강사 자격이다.

프로농구 전주 KCC를 2008∼2009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뒤 국가대표팀을 맡아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허 감독이 1일 오전 전주지방검찰청 일일 강사로 변신했다.

전주지검의 ‘나가자(나라의 발전, 가정의 행복, 자신의 미래를 위한) 아카데미’의 여섯 번째 강사로 초청된 것. 이 자리에는 전주 KCC 추승균, 하승진 선수가 함께했다.

이재원 검사장을 비롯한 전주지검 직원 70여 명 앞에 나선 허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을 역설했다. 선수 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에 출두했던 그는 “검찰청에 다시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 떨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릴 때는 ‘내가 갈 테니 따라오라’고 명령하는 게 카리스마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서야 선수들과 똘똘 뭉치는 것이 진정한 카리스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이 다른 선수들을 뭉치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안하무인으로 살아왔지만 감독이 된 뒤부터 4년 동안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대화를 통해 선수들과 융화돼 한마음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자신의 ‘좌충우돌’ 선수 생활을 회고하면서 감독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 시절 강한 카리스마만큼이나 주위와 부딪치고 사고도 많이 쳐 ‘독불장군’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선수 때는 상대선수나 심판을 가리지 않고 맘에 들지 않으면 욕하는 ‘무데뽀’ 성격이었는데 감독이 된 후 선수들과 매일 심리전을 벌이는 이 자리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면서 “하승진 선수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심리전을 벌여야 하고 고참인 추승균 선수한테는 밀릴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강연이 끝나고 허 감독과 선수들은 농구 퀴즈대회와 사인회를 한 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허 감독은 용산고와 중앙대를 거쳐 기아자동차, 원주 TG 선수 시절 우승을 몰고 다녀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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