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문제로만 알았는데… 막막해 눈물도 안나”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서울보훈병원 조리사 현명애 씨

현명애 씨(43·여)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 서울보훈병원 조리사로 2007년 3월부터 2년여간 일했다. 그러나 현 씨는 1일 보훈병원으로 출근하지 않고 땡볕이 내리쬐는 시위 현장으로 나갔다. 병원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 더는 출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씨는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 당시 계약서를 썼고 이후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했다. 현 씨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곧 정규직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6월 1일 ‘1개월’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앞으로 재계약은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최근 산하 5개 보훈병원에 대해 383명을 감축하고, 비정규직 23명의 계약을 해지하라고 통보했다. 현 씨는 23명 중 한 명이다.

현 씨는 현재 남편과 고등학생 두 자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만 해도 남편은 광주에서 공구납품업을 했다. 현 씨는 전업주부였다. 경제위기로 인해 힘들어지자 남편은 사업을 정리하고 아내 현 씨와 함께 식당을 차렸다. 그러나 식당도 여의치 않았다. 현 씨 부부는 3년 전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살 곳을 마련하느라 가진 돈을 다 쓰고 빚도 졌다. 남편은 1년간 직업학교를 다니며 재교육을 받았다. MBC 외주업체에서 일자리를 잡았는데 MBC가 외주를 줄이는 바람에 올 3월부터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현 씨는 “한 달 벌어 근근이 사는데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상여금을 포함해 1년간 받는 임금이 2300여만 원. 빡빡한 가계였지만 현 씨 가정에는 더없이 소중한 돈이었다.

현 씨는 “민간병원이나 중소업체의 문제이지 보훈병원 같은 국립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할 사이도 없이 이렇게 돼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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