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의보개혁-에너지법안 ‘날개’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美민주 30여년만에 상원 ‘슈퍼 60석’ 확보

미국 민주당이 연방 상원에서 야당의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절대 다수의석인 ‘슈퍼 60석’을 확보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안을 비롯한 국정 의제들을 추진할 큰 동력을 얻은 것이다.

○ 8개월 만의 승리 확정

미네소타 주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3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미네소타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앨 프랭컨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6월 30일 판결했다. 프랭컨 후보는 공화당 노먼 콜먼 후보와 벌인 초접전에 대한 재검표 결과 312표를 앞선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58세의 프랭컨 당선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 TV 토크쇼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뛰어든 뒤 보수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을 써왔다.

○ 슈퍼 60석

지난해 총선에서 미네소타 주를 제외하고 민주당은 56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표결 때마다 민주당 노선을 따르는 조지프 리버먼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 2명과 올해 4월 공화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앨런 스펙터 의원까지 합쳐 실질적인 의석수가 59석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다음 주 프랭컨 의원이 취임선서를 하면 60석이 된다.

60석은 소수당이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면서 법안 상정을 무한정 지연시키는 합법적 방해전략인 필리버스터를 구사할 때 이를 강제로 종료시키는 장치인 ‘클로처(cloture)’를 할 수 있는 절대다수(Super-majority)의석이다. 1917년 도입된 클로처의 정족수는 재적 3분의 2였으나 1975년 5분의 3으로 완화됐다. 클로처가 발효되면 추가 토론이 30시간으로 제한돼 법안 표결이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슈퍼 60석 확보는 1978년 이래 처음이다.

○ 오바마 독주는 환상?

슈퍼 60석 확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후보 인준, 의료보험 개혁안, 에너지 법안 등 주요 현안 처리에서 야당의 반대에 구애받지 않고 정국 전반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민주당이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깰 수 있는 단결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에드워드 케네디와 로버트 버드 의원은 병 때문에 표결 참가가 거의 불가능하다.

중도성향 민주당 의원들이 당 지도부나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의료보험 논쟁 등에서 상당수 의원은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고 있다. 프랭컨 의원 당선자도 “나는 ‘넘버 60’이 아니라 미네소타 주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슈퍼 60석’까지 가졌는데 나라를 어떻게 끌어가나 보자”는 국민의 높은 기대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됐다. 국정 난맥의 책임을 야당에 돌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보수파는 “이제 공화당 핑계를 대는 시대는 끝났다”는 반응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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