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붉은 자본’ 수혈 받는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중국의 공산화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붉은 자본’의 대만 투자가 허용됐다. 대만 행정원은 1일부터 중국 기업을 상대로 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100개 분야에 대한 투자 신청을 받는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대만의 중국 자본 투자 허용은 지난해 5월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이래 대만 정부가 추진해 온 양안 교류 확대 정책의 연장선이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대만 경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 당국의 투자제한 해제는 양안 관계에서 역사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허용 분야는 제조업 64개, 서비스업 25개, 사회간접자본 관련 11개 업종이다. 제조업에는 섬유와 플라스틱, 컴퓨터 부품, 휴대전화는 물론 선박과 자동차 제조, 기계 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서비스업에는 농수산물 도소매, 가전 가구 의류 등 판매, 운수업이 들어 있다. 공항과 항구의 지상 시설과 설비에 투자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륙 관광객의 대만 관광이 허용됨에 따라 이번에 투자가 허용된 관광 리조트 사업에 중국 자본의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대륙 자본에 의해 대만 경제가 통제되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해 대만 당국도 여러 가지 ‘방어’ 조치를 마련했다.

먼저 첨단 통신기술이나 중국이 투자를 원하는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등 민감한 분야는 투자가 계속 제한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관여하는 기관이나 산하 기관의 투자도 여전히 제한된다. 또 중국 기업이 대만 시장에서 독점 지위에 이르는 것은 불허하기로 했다. 중국인 투자자의 전체 보유 주식은 대만 개별 업체가 발행한 주식 총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중국 기업과 개인은 업무와 관련한 사무실과 사원 주택, 공장을 구입할 수 있으나 비업무용 부동산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만 경제는 올 1분기에 ―10.2% 성장하는 등 금융위기의 여파가 심각해 대만 정부는 이번 조치가 경제 활력소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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