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여의도연구소 얘기대로 가나보다 생각해선 안돼”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둘러싼 최근의 당정청 간 논란에 대해 모든 교육 정책의 최종 결정은 교과부 장관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둘러싼 최근의 당정청 간 논란에 대해 모든 교육 정책의 최종 결정은 교과부 장관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사교육 대책 어디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들어보니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에서 만난 안병만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대뜸 “나는 안 바쁜데 언론 보도가 (내가) 바쁜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둘러싸고 연일 당정청 불협화음이나 장관 교체설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안 장관은 “나는 주도권이 한 번도 (정부와 당 사이를) 왔다 갔다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 정책의 주도권은 당연히 교과부가 잡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교육 대책 논란 속에서도 말을 아끼던 안 장관이었다. 그가 이날은 ‘장관 역할론’을 강조했다.》

곽승준 위원장의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안 장관은 “교과부로서는 여러 가지 제안을 너그럽게 봐야 한다. 일일이 대응하고 따져서는 안 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최근 사교육비 절감 대책에 대해 당정청 불협화음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일부 언론이 마치 대통령이 학원 ‘로비’ 등을 언급하며 저를 질타한 것처럼 보도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진실이 아니니까요. 학원 로비 세력이란 있을 수가 없고, 대통령도 그런 관점이 아니라 학원의 영향력이 크냐고 물으셨을 뿐입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보도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누구를 질타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사교육 대책과 관련해 장관과 차관이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함께 대통령 보고를 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많습니다.

“그동안 교과부가 만들고 실천해 온 사교육 대책들을 정리해서 보고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느냐’며 놀라시더군요. 2시간 정도 토론했는데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우리 부의 사교육 대책은 이미 1년간 대통령과 논의가 된 것들입니다. 어제 보고에서는 학원이 학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일이 없도록 추가적인 단속 대책을 만들자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봐서는 안 되니까요.”

대통령과의 소통을 얘기하면서 그는 ‘장관 참모론’을 들었다. 장관은 한순간이라도 대통령과 뜻이 달라서는 안 된다며 “사교육에 대한 나의 견해도 대통령과 함께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신이 실천하는 정책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의도연구소가 대통령의 최근 의중을 파악한 다음 내신 절대평가를 들고 나온 것 아닌가요.

“글쎄요. 하나의 방법론이기는 하죠. 우리가 보기에 절대평가는 순환논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바꾸지 않았습니까. 또 여의도연구소의 안은 하나의 정책 제언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책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은 교과부가 합니다.”

과거 5등급 절대평가였던 고교 내신은 내신 부풀리기가 문제가 되자 참여정부에서 9등급 상대평가로 바뀌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 해당 기사 바로가기
―교과부의 주도권을 강조하시지만 학부모들로서는 여당의 싱크탱크가 당론이라고 제시한 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 연구소나 자문회의에서 발표하는 것들은 정책이 아닙니다. 어젠다에 그치는 것을 보고 학부모들이 ‘저렇게 가나 보다’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특히 내신 절대평가 같은 경우는 검토하는 데만도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안 장관은 연구소나 위원회에서 발표하는 안들은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교과부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말할 때만큼은 웃음을 거두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장관이) 개혁 싫으면 딴 일 하라”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일반 국민도 교육 문제에는 다들 관심이 많고 전문가입니다. 정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이니까 남달리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분 얘기도 존중하려고 합니다. 다만 우리 교과부가 그동안 개혁을 게을리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정보공시제, 입시 개선 등 민감하고 개혁적인 정책을 많이 실행해 왔습니다. 몇 년간 정체된 것들을 다 풀어오고 있는데 질타를 받으면 교과부 사람들은 억울할 것 같네요.”

―여당은 사교육 대책 부분에 있어서 교과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교과부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교과교실제나 수준별 학습이 그런 대책입니다. 그런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학원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본다면 이런 노력들은 다 안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교과부는 공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사교육을 잠재우는 쪽으로 접근하는 반면 여당 쪽은 사교육에 직접 메스를 들이대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진단했다.

―교과부의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속도가 더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 결정 과정에서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명박 정부 첫해에는 많은 정책과 법안이 만들어지는 시기였습니다. 결정이 오래 걸릴 뿐이지 집행은 빨리 됩니다. 집행은 이제부터입니다.”

―지난달 시국선언을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 결정을 내리셨더군요.

“전교조 분들은 결국 모두 교사죠. 시국선언을 독려하고 조직화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주의와 법질서는 같이 가는 것입니다. 법 규정에 근거해 원칙대로 처리하는 겁니다. 전교조가 2차 시국선언을 한다면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 중징계할 겁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