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도 기겁할 ‘神의 직장’ 행태…감사원, 공공기관 60곳 점검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폐지된 근속휴가에 체력단련휴가 ‘年 171일’ 휴무

전직원 1호봉 특별승급… 노조위원장은 8호봉 점프

한 공공기관은 지난해 임금 협상에서 노조로부터 “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사 이미지가 높아진 만큼 이를 보상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전 직원의 호봉을 일제히 1호봉씩 올려줬다. 1년에 1호봉씩 올라가는 것이 이 회사의 인사규정이어서 전 직원이 1년 일찍 입사한 것과 같은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이 조치로 이 회사는 해마다 11억 원의 인건비를 더 지출해야 한다.

감사원이 1일 발표한 60개 주요 공공기관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왜곡된 노사관계와 방만 경영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노조 간부에 대한 특혜 △과도한 수당과 휴가 △거짓 선진화 계획 등이 두드러졌다.

○노조 간부의 특권

감사원에 따르면 한 기관은 노조의 요청에 따라 보수규정에 없는 ‘노조간부수당’을 만들어 노조 간부들에게 해마다 300여만 원씩 지급했다. 1년마다 2호봉씩 올라가는 인사규정을 무시하고 노조위원장에게는 1년에 5∼8호봉을 올려주기도 했다.

다른 기관에서는 부서장이 직원들의 근무성적을 상대평가하도록 돼 있는 인사규정을 무시하고 노조위원장이 비상임 노조 지부장들을 직접 평가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절대평가로 노조 지부장 모두에게 만점을 줬다.

또 대부분의 기관에서 노조 전임자를 정부 지침보다 많이 두고 대외적으로는 축소해 공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전임자를 정부 지침보다 40명이나 더 많이 운영한 곳도 있었다. 또 노무, 인사, 감사 등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서의 직원은 노조원이 될 수 없지만 노조에 가입시켜 노사 협상에서 사측의 협상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이 있는 곳도 많았다.

○수당과 휴가 멋대로 늘려

한 기관은 정부 지침에 따라 기본급을 3% 이상 올릴 수 없게 되자 노사 합의를 통해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상품권으로 20만∼25만 원을 나눠줬다. 한 기관장은 퇴임하기 직전에 정원과 현원 간 차이로 발생하는 인건비 잉여예산으로 임직원들에게 선심성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관은 법정휴가 외에 체력단련휴가, 포상휴가 등 특별휴가를 운영하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서 폐지된 장기근속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5년 근속 직원의 경우 연간 휴가 및 휴일이 한 해의 절반에 가까운 171일이나 됐다.

해마다 퇴직예정자들을 모아 해외 연수를 보내온 한 기관은 2007년 5월 공공기관 감사들의 외유성 남미 출장에 대한 비난이 제기된 후에는 해외 연수를 중단하는 대신 1인당 400만 원의 관광상품권과 선불카드를 지급했다.

○눈속임 선진화 계획

각 기관이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선진화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기관은 이미 정리한 출자회사를 다시 정리대상 출자회사에 포함한 계획을 제출했다. 또 다른 기관은 정원을 감축하면서 증원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60개 공공기관의 감사 담당자를 감사원으로 불러 이번 점검 결과를 보여주며 문제점을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 김영호 대변인은 “하반기 기관운영감사나 특별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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