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변은 없었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포항, 고양 완파 8강진출

대전 성남도 대학팀 눌러

“어휴∼. 차라리 프로 팀을 만났으면 이렇게 떨리진 않을 겁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관계자는 1일 “프로팀을 만나지 않아 대진 운이 좋은 것 아니냐”는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마추어 팀도 전력이 만만치 않아 이겨도 본전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아마추어 팀과 경기할 때 관중이 적게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웃었다.

FA컵 16강전이 이날 8개 구장에서 열렸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 팀들이 모두 참가하는 유일한 대회. 그만큼 명예도 크다. 한 축구 관계자는 “FA컵 우승컵은 한국 축구 챔피언에게 주는 훈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대결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 고양 국민은행의 경기였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포항은 최근 3경기에서 12골(2실점)을 몰아치며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포항은 고양과 역대 FA컵에서 두 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그러나 고양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대회 4강에 올랐고 올해도 32강에서 프로팀 울산 현대를 꺾으며 ‘프로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경기 초반은 고양의 분위기였다. 고양은 수비를 두껍게 하며 포항을 압박했다. 공격 루트가 막힌 포항은 흔들렸다. 하지만 승부는 한 방에 갈렸다. 전반 39분 포항 스테보의 헤딩슛이 고양 골 망을 가르면서 분위기는 포항으로 넘어왔다. 포항은 이후 고양에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3분과 9분, 19분에 연속 득점을 올리며 4-0 완승을 거뒀다. 포항은 고양을 이긴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의 기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전북 현대와 FC 서울 간 자존심 대결에선 전북이 3-1로 이겼다. 이동국은 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남 드래곤즈는 강원 FC를 1-0으로 꺾고 이천수 파동으로 뒤숭숭했던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광주 상무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겨 8강행에 합류했다. 이변의 주인공을 꿈꾼 대학 강호 경희대와 중앙대는 각각 대전 시티즌과 성남 일화에 1-2, 0-1로 지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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