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구하는 물병, 관음보살의 자비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국립중앙박물관 ‘정병’ 전시회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관음보살 옆에는 맑은 물을 담는 정병(淨甁)이 등장한다. 보통의 병과 달리 물을 담을 때와 따를 때 다른 구멍을 사용하는 독특한 형태다. 몸통 옆에 있는 주구(注口)는 물을 넣을 때, 위쪽의 기다란 첨대(尖臺)는 물을 뺄 때 쓴다. 인도에선 승려가 마실 물을 담는 병으로 쓰였지만 중국에서는 관음보살이 버드나무 가지와 맑은 물을 중생에게 받은 뒤 중생의 병을 치료했다는 신앙과 맞물려 불교의 의식용 도구로 사용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6월 23일∼10월 11일 여는 테마전 ‘정병과 관음신앙’에서 정병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병인 국보 92호 청동 물가풍경무늬 정병(고려·사진)이 대표작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물가와 배를 탄 사람, 새 등을 묘사했다. 흔히 정병 하면 물가풍경무늬를 떠올리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정병 10점에는 모란넝쿨무늬, 모란국화무늬 정병도 있다. 또 금속제 정병뿐 아니라 청자 물가풍경무늬 정병(보물 344호)도 선보인다.

정병에 물가풍경무늬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월관음도에 버드나무 가지와 정병이 함께 등장한 것에서 모티브를 땄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국보 127호 삼양동금동관음보살입상(三陽洞金銅觀音菩薩立像·삼국시대)과 고려시대의 보살상도 함께 전시된다. 02-2077-9504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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